환율과 교역조건
1349원 vs 1471원, 작년과 올해 4월 1일의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하 환율)을 나타낸 것입니다. 환율 상승은 원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다는 의미예요. 기축통화국이 아니면 환율 변동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합니다.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죠.환율 상승 따른 수출개선 효과 감소
![[테샛 공부합시다] '환율 상승=한국에 호재'…공식이 틀리는 이유는](https://img.hankyung.com/photo/202504/AA.40045515.1.jpg)
첫 번째 이유로는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입니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됨에 따라 보조금을 주거나 세금을 감면해주는 국가 또는 환율 변동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축통화국인 미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면서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 개선의 긍정적 효과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재 수입 비용의 증가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분쟁 등으로 원자재를 수출하는 지역에 문제가 터졌습니다. 이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이를 수입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악재인데, 환율까지 상승하면 수입하는 상품의 가격은 매우 상승하지요. 산업연구원의 지난해 3월 ‘환율 변동이 국내 제조업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환율이 10% 상승하면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0.29%p 하락한다”고 분석하며 환율 상승이 한국에 꼭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지요.교역조건, 이론과 현실의 차이그렇다면 이론적으로 환율 상승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분석할까요? 국제경제학에서는 이를 ‘교역조건’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교역조건은 한 나라의 상품과 다른 나라 상품의 교환 비율을 의미합니다. 교역조건은 ‘순상품교역조건지수’, ‘소득교역조건지수’ 등으로 나타냅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물가지수/수입물가지수)×100]으로 산출하며, 한 단위의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이 지표는 물량을 고려하지 않고 가격변동만 나타내기에 실질적인 무역 이익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지요. 그래서 소득교역조건지수로 이를 보완합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수출물량지수)/100]으로 나타냅니다. 수출 총액으로 획득할 수 있는 수입품의 수량을 나타내면서 물량 변동을 반영하지요.
이론상으로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품의 국제가격(달러 표시 가격)이 하락해 교역조건은 악화합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요?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25년 2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와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2%, 3.9% 상승했다고 합니다. 작년보다 환율이 상승했음에도 수출물가가 수입물가보다 더 상승했고, 수출물량이 수입물량보다 더 컸기 때문입니다. 이론상으로는 교역조건이 악화해야 하지만, 교역하는 상품들의 가격 자체가 변한 탓에 교역조건이 개선되어 현실과 이론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지요. 현실에서는 환율과 상품 자체의 가격도 함께 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환율변동의 효과를 살펴볼 때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