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일본 대학교에서 다른 나라 학생들과 김치를 담그는 '김장 워크숍'은 한국 문화를 알리는 소중한 경험이 됐어요. 대학 생활의 다양한 경험은 나를 한층 더 성장하게 해줬어요.
손예지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21학번
손예지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21학번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여러분은 문득 대학엔 왜 가야 할까, 공부를 꼭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 여러분에게 저는 대학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기회에 대해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제가 다니는 와세다대는 일본에서 외국인 학생이 가장 많은 대학입니다. 입학을 앞두고 저는 세계 각국에서 온 친구들과 만나며 여러 나라의 문화를 경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입학해보니 너무나도 다양한 학생들이 뒤섞인 환경에서 오히려 갈피를 잡기 어려운 면도 있었어요. 처음엔 한국에서 온 친구들만 찾게 되고, 어디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할지 몰라 어려움도 겪었습니다.

그때 저에게 큰 도움이 된 곳이 ICC(국제교류센터)입니다. 와세다대의 ICC는 언어 교환, 문화 체험, 각종 이벤트를 통해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어울릴 기회를 마련해줘요. 저는 ICC 행사 중에 ‘김장 워크숍’이 있어 참여했어요. 바다 건너 일본에서 김장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외국인 친구들과 장갑 낀 손에 고춧가루를 잔뜩 묻혀가며 김치를 담그고, 갓 만든 김치를 손으로 찢어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웃고 떠들었죠. 그 순간 어릴 적 할머니가 막 담근 김치를 한 장 찢어 먹여주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이런 게 바로 한국인의 정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삶의 한 조각을 보여주며 함께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어요. 돌아보면 그런 경험은 제 발로 찾아오기보다는 내가 직접 찾아 나설 때 오는 것이더라고요. 특히 문화란 책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부딪히며 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이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대학에 무궁무진하게 열려 있어요. 내가 한 발짝 내딛기만 한다면 말이에요.

지금 저는 대학 생활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어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적극적으로 도전했던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차이가 크게 다가옵니다. 새로운 도전의 경험이 모여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는 걸 느껴요. 반면 이게 나한테 도움이 될까 고민만 하다가 놓쳐버린 순간도 있어 아쉽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무엇이든 고민하는 시간보다 도전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경험할 대학 생활에는 이미 수많은 기회가 있어요. 그 기회를 다가가서 잡기만 하면 됩니다. 새로운 경험 속에 더 성장하고, 자기만의 멋진 이야기가 만들어질 거예요.

손예지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21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