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내부의 구조
전체가 커다랗고 단단한 하나의 돌일 것만 같다. 하지만 지구는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고, 그 한가운데에는 태양 표면만큼 뜨거운 열을 내뿜는 핵도 있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기존에 알려진 구조와 달리 핵 안에 있는 또 다른 핵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발생한 지진파가 지구의 가장 안쪽인 내핵을 통과한 뒤 발생 지점으로 반사되어 돌아왔다. /Drew Whitehouse, Son Phạm and Hrvoje Tkalčic.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발생한 지진파가 지구의 가장 안쪽인 내핵을 통과한 뒤 발생 지점으로 반사되어 돌아왔다. /Drew Whitehouse, Son Phạm and Hrvoje Tkalčic.
지구의 내부 구조는 흔히 과일에 비유하곤 한다. 복숭아를 예로 들어보자. 복숭아 표면에는 아주 얇은 껍질이 있고, 껍질을 벗겨내면 말랑말랑한 과육이, 더 안쪽에는 단단한 씨앗이 있다. 지구도 이와 같은 구조를 띤다. 지구의 가장 바깥쪽에는 복숭아 껍질처럼 얇지만 단단한 지각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육지나 바다 밑바닥이 지각에 포함된다. 지구 전체 부피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말랑말랑한 과육은 지구의 맨틀에 해당한다. 지각 바로 아래에 있다. 맨틀은 지구 전체 부피의 약 8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지구에서 가장 두꺼운 층이다. 철과 마그네슘으로 이뤄진 고체지만 일반적인 고체와 달리 ‘점성이 있는 액체’처럼 아주 서서히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지각이 함께 움직이며 산, 해구 등 여러 지형이 만들어졌고 화산활동이나 지진이 발생한다.

맨틀 바로 밑에 있는 핵은 지구의 중심이다. 복숭아 씨앗 부분이다. 온도는 무려 4000~6000℃에 이를 정도로 매우 뜨겁다. 이 열의 기원은 지금으로부터 약 46억 년 전 지구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관련이 있다. 소행성들이 충돌하고 뭉쳐지며 불덩어리 형태의 초기 지구가 만들어졌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바깥쪽부터 천천히 식기 시작했고, 지금의 지구가 되었다. 따라서 지구의 내부 온도는 핵 쪽으로 들어갈수록 뜨겁다.

핵은 다시 외핵과 내핵으로 나뉜다. 외핵은 맨틀 바로 아래에 있다. 철과 니켈 같은 금속으로 이뤄진 액체 상태다. 지구의 자전에 영향으로 회전하는데, 이에 따라 지구에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외핵보다 더 안쪽에 있는 내핵은 고체다. 지구 구조에서 가장 정중앙에 위치한 만큼 엄청나게 큰 압력을 받고 있다. 그 때문에 온도가 약 6000℃에 달하면서도 금속들이 녹지 않고 고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지구 내부 구조 /내셔널지오그래픽 에듀 제공
지구 내부 구조 /내셔널지오그래픽 에듀 제공
이처럼 지구의 내부 구조는 4개의 층으로 이뤄졌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정설이다. 하지만 이 정설이 자리 잡은 지는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지구 내부의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한 건 과학자들이 지진파를 쓰기 시작하면서다. 지진파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구 내부를 통과하며 전달되는 탄성파다. 지진파는 통과하는 물질의 상태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는데, 이를 통해 지구 내부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진파는 고체에서는 빠르게, 액체에서는 느리게 이동한다. 지진파가 갑자기 느려지거나 빨라지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물질의 상태가 바뀌는 곳이다. 또한 지진파는 S파와 P파 2개가 있는데, P파는 액체와 고체를 모두 통과하는 반면 S파는 고체만 통과할 수 있다.

영국의 지질학자 리처드 올덤은 1906년 지진파를 분석해 지구의 핵이 존재하며, 외핵이 액체라는 사실을 처음 증명했다. 이후 1900년 중반에 덴마크 지진학자 잉에 레만에 의해 내핵이 발견됐고, 1900년대 후반 핵실험으로 인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지금과 같은 모델로 정리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지구 내핵 안에 또 다른 핵이 발견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국립대학교 지진학 흐르보예 트칼치리 교수 연구팀은 지난 10년 동안 지구에서 발생한 규모 6 이상의 지진 200여 건을 분석했다. 지진으로 만들어진 지진파가 내핵을 통과했다 돌아오는 시간 차이를 분석한 것이다.

연구팀은 이 신호를 크게 증폭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지진파의 움직임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중에서 주목한 것은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지진이다. 지구 북쪽 끝에서 발생한 지진파는 내핵을 통과한 뒤 남대서양 어딘가에서 반사되어 알래스카로 돌아왔다. 그리고 내핵 안에서 P파 속도가 약 4% 느려지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내핵 안에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구조가 있다는 것으로 분석했다. 내핵의 내핵에 해당하는 이 부분은 ‘최심부 내핵’으로 불렸으며, 두께는 약 650km 정도였다. 트칼리치 교수는 “내핵 안에 또 다른 핵이 존재한다는 가설은 이미 20여 년 전에 나온 것으로, 이번 연구 결과는 그 가설을 증명한 것”이라며, “핵은 지구 형성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인 만큼 앞으로 연구를 통해 더 많은 비밀을 더 밝혀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억해주세요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지구 내부의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한 건 과학자들이 지진파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지진파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지구 내부를 통과하며 전달되는 탄성파다. 지진파는 통과하는 물질의 상태에 따라 속도가 달라지는데, 이를 통해 지구 내부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