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무선 충전 기술
스마트폰, 태블릿 PC, 무선 이어폰, 스마트 워치 등 기술 발달로 우리는 다양한 전자기기를 쓰며 ‘스마트’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해진 만큼 불편함도 늘었으니, 전자기기의 사용이 늘면서 ‘충전 지옥’에 빠진 것이다. 충전기를 찾거나 보조배터리를 들고 다녀야 하는데,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이런 불편함은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무선 충전 기술이 계속 발전하는 덕분이다.

전자기 유도 현상은 1831년 영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패러데이가 발견했다. 패러데이는 덴마크의 물리학자 한스 크리스티안 외르스테드의 실험을 반복하던 중 흥미로운 생각을 떠올린다. 외르스테드는 1820년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 자기장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패러데이는 이와 반대로 자기장의 변화를 이용하면 전류를 흐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역발상을 한다. 그리고 실제로 코일에 자석을 넣거나 뺐더니, 도선에 전류가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자기장의 변화로 생긴 전류를 ‘유도전류’라고 한다. 패러데이의 이 발견은 전기와 자기의 상관관계를 밝히며 전자기학의 틀을 세웠을 뿐 아니라 전동기·발전기 등 곳곳에 응용되어 산업을 발전시켰고, 스마트폰의 무선 충전에까지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제 전자기 유도 현상을 이용한 스마트폰의 무선 충전 방식을 살펴보자. 충전 패드와 스마트폰에는 모두 코일이 감겨 있다. 충전 패드에 스마트폰을 올려두면, 코일이 N극과 S극으로 계속 바뀌어 마치 자석을 넣었다 뺐다 하는 효과를 낸다. 스마트폰 내부 코일은 이 자기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유도 전류를 만든다. 이 전류가 스마트폰의 내부 회로를 통해 배터리로 흘러가 충전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식에는 큰 단점이 있다. 충전 패드와 스마트폰을 아주 가까이 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방식은 약 70~90%의 높은 충전 효율을 보여주지만, 최대 수 cm 이내의 근접거리에서만 충전이 가능하다. 심지어 위치가 조금만 틀어져도 충전이 잘되지 않는다. 선만 꽂지 않았을 뿐 사실상 유선 충전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셈이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진정한 의미의 무선 충전을 위해 다른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전자기 유도 현상에 공명(공진) 현상을 추가한 ‘자기 공명’ 방식이다. 공명은 물체가 가진 고유 주파수(진동수)와 똑같은 주파수를 가진 외부의 힘을 받을 때 진폭과 에너지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기 공명 방식은 충전기와 스마트폰의 코일이 특정 공명 주파수를 갖도록 설계해 두 코일 사이의 자기장이 공명 현상을 일으켜 강한 자기장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다. 충전기의 코일이 공명 주파수에 맞는 자기장을 만들면, 스마트폰의 코일이 유도 전류를 생성해 충전되는 방식이다. 충전기에서 1~2m 떨어져도 충전할 수 있고, 여러 기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아직 효율이 크게 떨어져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은 이 방식의 한계를 넘어선 전기 공진 방식의 무선 충전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자기장이 아니라 전기장을 이용했는데, 전기 공진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코일 구조를 바꿨다. 이 기술로 가로, 세로, 높이가 최대 2m인 3차원 공간 안에서 46%의 충전 효율을 달성했다. 여러 대의 기기를 동시에 충전해도 같은 효율로 충전할 수 있었다. 연구를 이끈 변영재 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벽, 바닥, 공중 등 3차원 어디서든 충전이 가능하게 한 혁신”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3차원 무선 충전 기술이 발전되면 단순히 편리함을 높여주는 것을 넘어 우리 삶의 방식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뿐 아니라 전기차, 스마트 공장의 물류 로봇 등에도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걸림돌이 배터리 충전 시간인데, 무선 충전 기술이 적용된다면 도로를 달리면서 충전할 수 있어 엄청난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발전된 무선 충전 기술로 편리하고 스마트한 일상을 누릴 날을 기대해본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벽, 바닥, 공중…3차원 공간 어디서든 충전](https://img.hankyung.com/photo/202502/AA.34929291.1.jpg)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