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투자

행동주의 투자는 글로벌 헤지펀드가 주도하고 있는데, 엘리엇도 그중 하나다. 억만장자 투자자 폴 싱어가 이끄는 엘리엇은 700억 달러(약 101조 원) 넘는 자산을 굴리고 있다. 한국의 몇몇 대기업과는 ‘악연’으로 엮여 있다. 옛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을 문제 삼거나 현대자동차그룹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적이 있다.
BP는 영국을 상징하는 대기업 중 하나이자 엑슨모빌, 셸과 더불어 세계 3대 석유 기업으로 꼽힌다. 이런 회사가 행동주의 펀드에 무슨 약점을 잡힌 걸까.
BP는 5년 전 전통적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풍력, 태양광, 전기차 충전과 같은 저탄소 에너지 분야로 방향을 선회했다. 2030년까지 석유·가스 생산량을 대폭 축소하고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성과가 신통찮게 나오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사왔다. BP의 시가총액은 870억 달러 수준으로 경쟁사인 셸의 절반, 엑슨모빌의 5분의 1에 못 미친다.
올 초에는 직원의 5%인 4700명을 감원하기로 했고, 독일 정유소와 미국 육상 풍력 사업 부문을 매물로 내놓는 등 비용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임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 원유 소비가 정점을 찍었다고 오판해 탄소중립 노선으로 가는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했다.
엘리엇이 주주로 합류하면서 BP를 향한 압박은 가중될 전망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엘리엇이 이사회 멤버 교체, 저탄소 사업 철수, 석유·가스 탐사 투자 확대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당한 주주 권리 행사” vs “기업 경영 발목 잡아”

행동주의 투자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경영진을 견제하고 주주 가치를 높인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기업 발목을 잡아가며 단기 차익만 노린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최근 국내에서 ‘한국형 행동주의’를 표방한 토종 펀드들도 존재감을 높이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