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랠리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선거 유세중이던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광장에서 ‘코스피 5000시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제21대 대통령선거 유세중이던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광장에서 ‘코스피 5000시대’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새 정부 출범 직후 한국 증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코스피지수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4일부터 이틀 동안 110포인트 넘게 급등하며 단숨에 2600대에서 2800대가 됐다.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 11일에는 2900선을 돌파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주주 권익 강화와 내수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전형적인 ‘허니문 랠리(honeymoon rally)’를 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왜 허니문 랠리라고 할까자산 시장이 약세에서 강세로 전환하는 현상을 ‘랠리’라고 한다. 자동차 경주, 테니스, 배구 등에서 벌어지는 난타전을 뜻하는 스포츠 용어인데 경제 용어로 의미가 확장됐다. 6~7월께 나타나는 여름철 상승장은 ‘서머 랠리’, 12월 말에 관찰되는 강세장은 ‘산타 랠리’라고 부른다. 하락 국면이던 증시가 반짝 상승하면 인디언 서머에 빗대 ‘인디언 랠리’라고 한다.

허니문 랠리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뜻한다. 선거 과정에서 고조된 정치·사회 전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경제를 살릴 여러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이 주가 강세를 견인하는 것이다. 어느 대통령이든 취임 초반에는 지지율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이를 신혼부부에 비유해 ‘허니문 기간’이라고 부르는 데서 유래했다.

유진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1981년부터 2022년까지 아홉 차례 대선에서 선거일 한 달 후 주가가 오른 경우는 여섯 번이었다. 코스피지수 상승 폭이 가장 컸던 때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된 1987년 13대 대선으로, 선거 후에 한 달간 주가가 24.1% 급등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뽑힌 2017년 19대(3.1%),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22년 20대(3.0%)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허니문 랠리는 ‘법칙’이라기보다 ‘속설’이다. 주가지수는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복합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대통령 때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을 고려하면 대선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선거 전후 주가 변동성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는데, 불확실성 완화가 주가에 우호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에도 허니문 랠리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국내 증시가 워낙 오랫동안 지지부진한 성과를 보여온 탓에 투자자들의 피로감과 불신이 커서다.“불확실성 해소는 주가에 긍정적 요인”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흥국증권은 “역대 정부 출발 시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밸류에이션 수준에서 출발하는 최근 상황은 가치 회복을 표방하는 정책과 맞물려 긍정적 기대를 낳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 투자자는 증시 활성화 정책을 가장 주목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상법 개정, MSCI 선진지수 편입 등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주가 상승에 우호적 분위기가 시장 전반에 조성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