엥겔지수

식료품은 소득과 무관하게 반드시 일정량을 소비하는 특성이 있다. 살림이 아무리 어려워도 안 먹고 살 순 없기 때문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먹는 양이 무한정 늘어나지도 않는다. 엥겔지수가 상승했다는 것은 일본 국민들의 체감 경기가 팍팍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작년에는 쌀값 등의 상승이 엥겔지수를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니가타산 고시히카리 쌀의 도매가격은 한 달 새 35% 급등했다.
일본 경제는 이른바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침체에 시달려왔다. 소득이 안 늘고, 소비도 안 늘고, 물가도 안 오르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기준금리’라는 극단적 경기 부양책을 쓰는가 하면 정부와 재계가 합심해 기업의 임금인상을 독려할 정도였다. 이런 노력이 빛을 보면서 최근 일본은 저물가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를 기록, 3년 연속 중앙은행 관리 목표치(2%)를 웃돌았다.
경기가 완벽히 살아나지 않았는데 물가부터 꿈틀대는 탓에 일본인들은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명목임금은 35개월째 증가세지만 실질임금은 4개월 연속 뒷걸음질 중이다. 월급봉투가 겉으론 두꺼워진 듯 보이지만 실제 구매력은 쪼그라들었다는 얘기다. NHK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일본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0.2% 감소했다. 2인 이상 가계의 평균 소비지출 역시 물가 변동분을 제거하고 나면 1년 전보다 1.1% 줄었다.
현지 언론들은 맥도날드의 ‘빅맥’ 햄버거를 이용해 일본 근로자의 구매력을 분석해보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주요 22개국의 매장 직원 시급과 빅맥 가격을 토대로 식당이나 소매업체에서 1시간 일해 번 돈으로 빅맥을 몇 개 살 수 있는지 계산한 결과를 보도했다.“일본서 1시간 일하면 빅맥 2.18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