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화석에 담긴 공룡의 비밀
지금으로부터 약 2억 년 전, 지구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공룡들이 육지 생태계를 지배했다. 브라키오사우루스,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등 종도 매우 다양했다. 공룡은 어떻게 다른 생명체들을 제치고 지구 생태계를 지배할 만큼 번성할 수 있었을까? 많은 과학자는 이 궁금증을 풀기 위해 화석을 연구한다. 그리고 최근 똥화석에서 그 비밀의 실마리가 나왔다.
고사리류를 먹는 긴목 용각류 초식 공룡의 상상도. /Marcin Ambrozik 제공
고사리류를 먹는 긴목 용각류 초식 공룡의 상상도. /Marcin Ambrozik 제공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 그제고시 니에츠비에지키 박사가 이끈 국제연구팀은 공룡들의 똥과 구토물 화석인 브로말라이트(bromalite)를 분석한 결과, 공룡들의 식습관이 번성의 비밀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다양한 먹이를 먹으며 주변 환경에 잘 적응했고, 덕분에 기후가 크게 변했을 때 취약해진 다른 생물과 달리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폴란드 분지에서 발견된 브로말라이트에 주목했다. 폴란드 분지는 후기 트라이아스기 당시 ‘판게아’라는 하나의 큰 대륙의 북부에 위치한 곳이다. 트라이아스기 말부터 쥐라기 초까지 시대에 만들어진 공룡 화석이 많이 발견된다. 이 시기는 공룡이 지구 생태계에 나타나 번성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공룡의 똥 화석. /Grzegorz Niedźwiedzki 제공
공룡의 똥 화석. /Grzegorz Niedźwiedzki 제공
이번 연구의 또 다른 핵심은 브로말라이트다. 브로말라이트는 똥과 구토물 등이 화석화된 것을 말한다.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 당시 주변에 어떤 식생이 형성돼 있었는지 등 뼈나 이빨 화석으로는 알 수 없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똥과 구토물이 배설된 뒤 재빠르게 흙이나 화산재 등에 묻히거나, 산소가 적어서 미생물 활동이 제한되어 분해가 느려지는 환경, 탄산칼슘 같은 광물질이 주변에 많은 환경에서 화석화될 수 있다. 또 똥에 뼈나 껍질 같은 무기질 성분이 많을 때도 화석이 되기 쉽다. 그동안의 공룡 연구에서 브로말라이트가 활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지역의 브로말라이트를 분석하면 공룡 번성의 이유에 대한 새로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물고기 유해가 있는 큰 똥 화석의 모습. /Grzegorz Niedźwiedzki 제공
물고기 유해가 있는 큰 똥 화석의 모습. /Grzegorz Niedźwiedzki 제공
연구에 참여한 마틴 콰른스트롬 박사는 “과거에 ‘누가 누구를 먹었는가’를 조각조각 모으는 것은 탐정과 같은 작업이다”라면서 “공룡이 무엇을 먹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환경과 어떻게 상호 작용했는지 조사할 수 있다면 공룡이 지구상에서 번성한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유형의 브로말라이트 500여 개를 연구에 사용했다. 똥이 화석이 된 ‘코프롤라이트’, 구토물 화석 ‘레거지탈라이트’, 죽은 공룡의 장 속에 남아 있던 대변 화석인 ‘코롤라이트’가 포함됐다. 각각의 샘플을 미세 단층촬영, 주사전자현미경, 3D 이미징 등의 분석을 거쳐 내부를 살펴봤다. 또 당시 이 지역의 기후 정보와 식물, 발자국, 뼈 등 다른 화석에서 얻은 정보를 결합해 다른 척추동물의 크기와 풍부함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브로말라이트에서 물고기와 곤충, 대형 육지동물, 식물 등 다양한 먹이가 발견됐다. 일부 화석에서는 딱정벌레와 물고기가 소화되지 않은 완전한 모습으로 보존돼 있기도 했다. 다른 배설물에는 부서진 하이에나 뼛조각이 있었는데, 소금과 골수를 먹기 위해 뼈를 씹어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초식 공룡인 용각류의 브로말라이트에서는 많은 양의 고사리와 숯처럼 탄 식물이 함께 들어 있었다. 고생물학자들은 고사리에 독성이 있으므로 이를 해독하기 위해 숯 형태의 탄 나무를 같이 먹은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이처럼 이 시기의 공룡은 주변의 다양한 먹이를 많이 먹으며 환경에 적응했다. 덕분에 다양한 몸집과 새로운 패턴의 식성을 가진 공룡이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룡의 다양성이 증가한 것이다. 자연스레 공룡은 기후와 주변의 식생이 바뀌어도 살아남을 수 있었고, 다른 동물들을 제치고 지구 생태계를 제대로 접수하게 된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5단계로 구분했다. 우선 잡식성 공룡의 조상이 지구에 등장하고, 이어 곤충과 물고기를 먹는 수각류와 잡식성 공룡이 출현했다. 후기 트라이아스기에 접어들어 화산활동이 늘면서 기후와 식물 생태계가 더욱 다양하고 커졌다. 이 영향으로 초식성 대형 긴 목 용각류와 다양한 먹이를 먹는 조반류가 번성했으며, 용각류가 빠르게 진화해 거대한 크기로 발전했다.

콰른스트롬 박사는 “불행히도 기후변화와 대량 멸종은 과거의 일이 아니다”라며 “과거 생태계를 연구함으로써 우리는 변화하는 환경 조건에서 생명체가 어떻게 적응하고 번성할 수 있을지 이해하고 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공룡이 육지 생태계를 지배한 힘 '잡식성'
이처럼 이 시기의 공룡은 주변의 다양한 먹이를 많이 먹으며 환경에 적응했다. 덕분에 다양한 몸집과 새로운 패턴의 식성을 가진 공룡이 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룡의 다양성이 증가한 것이다. 자연스레 공룡은 기후와 주변의 식생이 바뀌어도 살아남을 수 있었고, 다른 동물들을 제치고 지구 생태계를 제대로 접수하게 된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