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과 자원무기화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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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냉전과 자원무기화한국수력원자력이 13년여 만에 원전 연료인 농축우라늄을 미국에서 들여온다. 핵연료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용 연료를 확보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수원은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핵연료 공급사인 센트루스와 농축우라늄 10년 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한수원은 원전 연료인 우라늄 구매처를 프랑스·러시아·영국·중국 4개국에서 미국을 포함한 5개국으로 확대했다.

-2025년 2월 6일자 한국경제신문-

한국이 원자력발전 원료인 농축우라늄의 수입처를 기존 4개국에서 넓혀 미국까지 다변화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그간 농축우라늄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 국제 정치 이슈에서 주로 거론되던 소재인데요, 위 기사에선 핵연료 공급망의 다변화와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용 연료 확보 등 경제적 측면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농축우라늄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핵연료입니다. 농축은 우라늄 원석에서 핵분열이 가능한 원소인 ‘우라늄-235’의 비율을 높이는 과정입니다. 보통 자연 상태의 우라늄에는 우라늄-235가 0.7% 정도 들어 있는데, 이를 3~5% 수준으로 높여야 원자로에서 연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다수 국가가 운영하는 경수 원자로에 투입되는 연료는 농축도 5% 이하의 ‘저농축우라늄’입니다. 5%보다 농축도를 높여 최대 20%까지 높인 것을 ‘고순도저농축우라늄’이라고 하는데요, 발전 용량이 기존 원자로보다 30%가량 작지만 입지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차세대 원전으로 꼽히는 SMR에는 농축도 20% 수준의 고순도 저농축우라늄이 들어갑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90% 이상으로 농축도를 높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90% 이상의 ‘고농축우라늄’은 핵폭탄의 원료입니다. 강대국의 전략 자산인 핵 추진 항공모함과 잠수함의 엔진 격인 소형 원자로에도 고농축우라늄이 들어가지요. 그래서 국제 사회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등 국제조약과 한·미 원자력협정 등 개별 협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 권한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한국으로선 아쉽게도 전 세계에서 우라늄 농축이 가능한 국가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선진국과 중국과 러시아 등 구공산권 국가로 극히 일부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1970년 NPT가 맺어지기 전에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열강국이란 점입니다.

이렇게 소수의 나라와 기업이 농축우라늄을 생산하다 보니, 시장은 일종의 ‘과점(oligopoly)’ 상태입니다. 과점시장에선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지요. 실제로 전 세계 32개국에서 400여 개에 달하는 원자로가 가동 중인데 여기에 투입되는 농축우라늄은 러시아의 로사톰, 중국의 CNNC, 영국 유렌코, 프랑스 오라노 등 4개 기업을 통해 공급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는데, 최근 다시 농축우라늄 생산을 재개한 미국까지 공급원을 다변화한 것이지요.

과점 시장에선 개별 기업이 시장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만약 이들 중 한두 곳이라도 수출을 중단하면 가격이 크게 오를 수도 있습니다. 최근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신(新)냉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요, 미국이 러시아의 저가 공세로 2013년 접었던 농축우라늄 생산을 재개하고 나선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농축우라늄 시장의 과반을 점유하면서 미국 내 전력 생산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한국이 농축우라늄 공급처 다변화에 나선 것도 경제뿐 아니라 안보적 이유가 큽니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수입한 농축우라늄 중 러시아산의 비중은 34%, 중국산은 5%에 달합니다. 원자력 업계는 그간 자국 수요 충당을 위해 농축우라늄 수출을 줄였던 중국이 최근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어 5년 이내에 중국산 비중이 3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산과 합치면 두 나라의 비중이 최대 70%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입니다.

인공지능(AI)발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2038년까지 3~4기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만약 러시아나 중국이 농축우라늄 수출을 중단하면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 운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만에 하나라도 있을 리스크까지 고려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NIE 포인트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핵연료가 안보 핵심"…AI시대 농축우라늄 확보戰
1. 농축우라늄이 무엇이고, 어디에 활용되는지 알아보자.

2. 과점 형태를 띠는 농축우라늄 시장의 문제점을 분석해보자.

3. 한국이 안정적으로 핵연료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