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바뀐 세계 자기장 지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영국 지질조사국(BGS)이 지난해 말 세계 자기장 모델(World Magnetic Model, 이하 WMM) 최신판을 공개했다. WMM은 지구가 방출하는 자기장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나타내는 ‘자기장 지도’다. 두 기관은 1985년 WMM 첫 공식 버전을 공개한 후 대략 5년마다 최신 데이터를 반영해 업데이트하고 있다. WMM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될까.
지구가 방출하는 자기장은 중심부에 있는 외핵에서 발생한다. 지구의 내부구조를 살펴보면 지표면인 지각, 핵을 감싸는 고체층인 맨틀, 그리고 주로 철과 니켈로 이뤄진 외핵과 내핵으로 구분된다. 내핵은 고체지만, 외핵은 액체다. 지구가 자전하면 액체 상태의 금속이 대류하고 회전하면서 그 안의 전자도 함께 움직인다.전자의 흐름은 곧 전류이고, 전류가 흐르면 주변에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외핵에서 발생한 자기장은 지구의 남극에서 나와 북극으로 향한다. 자석 주위에 생기는 자기장이 N극에서 S극으로 들어가는 것과 비교하면 지구는 남극이 N극, 북극이 S극인 거대한 자석인 셈이다. 자석의 특징 중 하나는 서로 다른 극끼리 잡아당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석으로 만들어진 나침반 바늘의 N극은 S극인 북극을 가리킨다.
그런데 나침반 바늘이 가리키는 ‘자기장의 북극(자북극)’과 지구의 자전축과 북반구의 지표면이 만나는 곳(위도 90도)인 ‘지리적 북극’은 일치하지 않는다. 지리적 북극은 고정된 지점이지만, 자북극은 외핵의 움직임이 일정하지 않은 탓에 조금씩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나침반이 가리키던 북쪽이 오늘 가리키는 북쪽과 다르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기장의 변화를 추적해 지리적 북극과 자기장의 북극 사이의 편차를 교정해야 정확한 방향 정보를 알 수 있다.
WMM은 전 세계 모든 위치에서 자북극과 지리적 북극 사이의 편각 값을 계산해 제공함으로써 어디서든 나침반으로 정확한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나아가 GPS를 활용한 디지털 지도에서 사용자의 방향을 알려줄 때나 항공기와 선박의 내비게이션, 스마트폰의 나침반 앱과 AR(증강현실) 앱에서 방향 정보를 제공할 때 WMM의 데이터가 활용된다.
심지어 공항 활주로 번호에도 WMM이 쓰인다. 활주로 번호는 활주로의 중심선이 자북극 방향에서 시계 방향으로 몇 도 떨어져 있는지를 계산한 후 이를 10으로 나눈 값으로 정한다. 예를 들어 활주로가 자북극 방향에서 90° 방향(동쪽)을 향하면 활주로 번호는 09다. 만약 같은 활주로인데 방향이 반대면 270° 방향(서쪽)을 향하므로 번호는 27이다. 주요 국제공항들은 WMM 데이터를 기반으로 5년마다 활주로 번호를 갱신 중이다.
NOAA에 따르면 자북극은 캐나다 북쪽에서 러시아 시베리아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연평균 55km씩 이동 중인데, 처음 관찰을 시작한 1831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약 10km 움직인 것과 비교해 최근 이동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반대로 최근 5년간에는 속도가 줄며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윌리엄 브라운 BGS 소속 연구원은 “자북극은 1500년대부터 캐나다 주변에서 천천히 이동해왔지만, 지난 20년 동안 시베리아를 향해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약 5년 전에는 갑자기 속도가 연간 약 50km에서 35km로 줄었는데, 이는 우리가 지금까지 관찰한 가장 큰 감소 폭”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렇게 자북극이 움직이다 보면 자남극과 위치가 완전히 바뀌기도 하는데 이를 ‘지구 자기 역전’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과거 자기장을 간직한 해저 암석이나 화산암 등을 분석해 지난 1억6,000만 년 동안 지구 자기 역전이 약 183번 일어났다고 추정하고 있다. 50만 년에 한 번 바뀐 꼴이다. 가장 최근의 자기 역전은 약 78만 년 전에 일어났다.√ 기억해주세요 지구 자기장은 지구 외핵에 있는 액체 상태의 철과 니켈의 대류로 인해 발생한다. 이 자기장의 북극인 ‘자북극’은 ‘지리적 북극(위도 90도)’과 달리 고정돼 있지 않고 외핵의 움직임에 따라 계속 이동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영국 지질조사국(BGS)은 자북극과 지리적 북극의 편차를 계산하기 위해 1985년 지구 자기장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세계 자기장 모델’을 만들고, 약 5년마다 업데이트하고 있다. WMM은 내비게이션 등이 정확한 방향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통해 지구 자기장 변화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자북극은 캐나다 북쪽에서 시베리아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이동속도는 지난 수년간 빨라지다가 최근 5년간 급격히 감소했다.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