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원 지역 동물보호센터에서 약 90마리의 유기견이 안락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보호소 세 곳을 통합하면서 공간 부족 문제가 발생해 안락사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지만,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 사이에서는 “비인도적 행태이자 생명을 경시한 처사”라는 비난이 폭발했다. 이 사건은 동물 보호의 현실적 한계와 생명 존중이라는 가치 사이에서 첨예한 대립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개별 동물보호센터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동물 생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고민을 제기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찬성] 年10만마리 넘게 유기동물 발생, 수용 능력 한계 … 방치땐 더 큰 문제우리나라는 반려견 유실 및 유기 방지를 위해 2014년부터 ‘동물등록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마다 수많은 반려동물이 유기되는 현실이다. 유기동물 수는 2019년 13만5791마리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간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체 유기동물 중 개가 70.9%를 차지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2022년 반려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연사하거나 인도적 처리, 즉 안락사된 유기견 비율은 37.5%다. 유기견 3마리 중 1마리는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동물보호센터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뜻이다. 밀려드는 유기견으로 인해 대부분 보호 시설은 이미 포화상태다. 동물보호센터의 공간적 수용 한계 등을 고려하면 모든 유기견을 무기한 보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히려 과밀 상태에서 동물 간 전염병 위험이 커지면 개별 동물의 복지가 저해될 수 있다.
유기견을 방치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 버려진 유기견은 공중의 위생을 위협하는 데다 인수공통전염병(광견병)이나 다른 동물에게 홍역 등 병을 전파할 수 있어서다. 야생화된 들개로 변신해 주민을 위협하고 어린아이를 공격하는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보호센터의 효율적 운영과 자원 배분은 불가피한 일이다. 모든 유기견을 보호하는 대신 보호가 시급한 대상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지금과 같은 유기동물 처리 방식은 이러한 상황과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과다. 그나마 안락사는 생명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편안하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동물 복지 차원에서도 더 나은 선택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같은 종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일부 불법 안락사가 있어 문제가 되긴 하지만 안락사를 선택하지 않으면 유기견 수가 계속 증가해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 동물 생명 함부로 판단 '비윤리적', 인간처럼 보호받을 권리 있어반려견은 동물 이상의 특별한 존재다. 동물을 한 가족으로 인정해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호칭이 일반화될 정도다. 최근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느는 만큼, 유기동물도 따라 증가하는 것은 불행한 현실이다. 호기심이나 어린아이들의 보챔 때문이거나 혹은 길거리를 가다가 진열된 어린 강아지를 보고 충동적으로 구입한 후 상황이 여의치 않자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보호센터의 안락사 처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유기동물이 포획돼 보호소에 입소한 후 10일 정도 지나는 동안 보호자가 찾아가지 않으면 안락사 대상이 된다. 안락사는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동물의 생명을 함부로 판단하는 비윤리적 행위다. 유기동물 중 포획돼 보호소에 입소할 당시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심각한 질병을 가진 경우는 극소수다. 유기견도 반려동물로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과연 안락사인지도 의문이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는 심장근육을 수축시키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일산화탄소를 이용해 유기동물을 안락사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심장을 강제로 멈추게 하고 질식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동물은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지금 유기견의 죽음을 이르게 하는 방식은 안락사라고 부르기에 부적절하다. 나아가 이를 그나마 윤리적이라고 위안 삼은 것은 생명 경시 문화를 조장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창원 동물보호센터 사건을 보면 보호소 통합 과정에서 공간 부족이 예상됐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충분한 대책 없이 안락사를 선택한 것은 관리 책임의 부족을 드러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추가적인 보호소 공간 마련이나 민간 보호소와의 협력 등 다른 방안이 충분히 가능했을 텐데, 이를 방기한 것은 직무 유기다. √ 생각하기 - 책임 있는 보호 문화가 절실 유기동물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한 안락사는 많은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의료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공력적 문제행동이 있는 경우 등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시설이나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 현실적 한계도 명확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쉽게 입양한 뒤 쉽게 버리는 사람들의 비양심과 비윤리다. 유기견에게 고통은 현실적으로 제한된 안락사 방식이 아니라 한 식구로 살다가 멋대로 버려지는 것이 더 클 수 있다. 동물에 대한 학대와 유기를 엄중히 처벌하도록 ‘동물보호법’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들을 양육하려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교육과 정보를 통해 책임 있는 양육 문화를 조성하고, 사전에 유기를 예방하는 제도적 노력이 필수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
개별 동물보호센터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가 동물 생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고민을 제기하는 이슈이기도 하다. [찬성] 年10만마리 넘게 유기동물 발생, 수용 능력 한계 … 방치땐 더 큰 문제우리나라는 반려견 유실 및 유기 방지를 위해 2014년부터 ‘동물등록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해마다 수많은 반려동물이 유기되는 현실이다. 유기동물 수는 2019년 13만5791마리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간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동물이 발생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전체 유기동물 중 개가 70.9%를 차지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2022년 반려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연사하거나 인도적 처리, 즉 안락사된 유기견 비율은 37.5%다. 유기견 3마리 중 1마리는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동물보호센터에서 생을 마감한다는 뜻이다. 밀려드는 유기견으로 인해 대부분 보호 시설은 이미 포화상태다. 동물보호센터의 공간적 수용 한계 등을 고려하면 모든 유기견을 무기한 보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오히려 과밀 상태에서 동물 간 전염병 위험이 커지면 개별 동물의 복지가 저해될 수 있다.
유기견을 방치하면 문제가 더 커진다. 버려진 유기견은 공중의 위생을 위협하는 데다 인수공통전염병(광견병)이나 다른 동물에게 홍역 등 병을 전파할 수 있어서다. 야생화된 들개로 변신해 주민을 위협하고 어린아이를 공격하는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보호센터의 효율적 운영과 자원 배분은 불가피한 일이다. 모든 유기견을 보호하는 대신 보호가 시급한 대상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지금과 같은 유기동물 처리 방식은 이러한 상황과 여건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과다. 그나마 안락사는 생명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편안하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동물 복지 차원에서도 더 나은 선택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같은 종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등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일부 불법 안락사가 있어 문제가 되긴 하지만 안락사를 선택하지 않으면 유기견 수가 계속 증가해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 동물 생명 함부로 판단 '비윤리적', 인간처럼 보호받을 권리 있어반려견은 동물 이상의 특별한 존재다. 동물을 한 가족으로 인정해 ‘반려동물(companion animal)’이라는 호칭이 일반화될 정도다. 최근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느는 만큼, 유기동물도 따라 증가하는 것은 불행한 현실이다. 호기심이나 어린아이들의 보챔 때문이거나 혹은 길거리를 가다가 진열된 어린 강아지를 보고 충동적으로 구입한 후 상황이 여의치 않자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 보호센터의 안락사 처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유기동물이 포획돼 보호소에 입소한 후 10일 정도 지나는 동안 보호자가 찾아가지 않으면 안락사 대상이 된다. 안락사는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동물의 생명을 함부로 판단하는 비윤리적 행위다. 유기동물 중 포획돼 보호소에 입소할 당시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심각한 질병을 가진 경우는 극소수다. 유기견도 반려동물로서 인간과 마찬가지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과연 안락사인지도 의문이다. 유기동물 보호소에서는 심장근육을 수축시키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일산화탄소를 이용해 유기동물을 안락사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심장을 강제로 멈추게 하고 질식하도록 강제하는 방식으로 이 과정에서 동물은 극심한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지금 유기견의 죽음을 이르게 하는 방식은 안락사라고 부르기에 부적절하다. 나아가 이를 그나마 윤리적이라고 위안 삼은 것은 생명 경시 문화를 조장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창원 동물보호센터 사건을 보면 보호소 통합 과정에서 공간 부족이 예상됐음에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충분한 대책 없이 안락사를 선택한 것은 관리 책임의 부족을 드러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추가적인 보호소 공간 마련이나 민간 보호소와의 협력 등 다른 방안이 충분히 가능했을 텐데, 이를 방기한 것은 직무 유기다. √ 생각하기 - 책임 있는 보호 문화가 절실 유기동물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한 안락사는 많은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의료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공력적 문제행동이 있는 경우 등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제한적으로 실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시설이나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 현실적 한계도 명확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쉽게 입양한 뒤 쉽게 버리는 사람들의 비양심과 비윤리다. 유기견에게 고통은 현실적으로 제한된 안락사 방식이 아니라 한 식구로 살다가 멋대로 버려지는 것이 더 클 수 있다. 동물에 대한 학대와 유기를 엄중히 처벌하도록 ‘동물보호법’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들을 양육하려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교육과 정보를 통해 책임 있는 양육 문화를 조성하고, 사전에 유기를 예방하는 제도적 노력이 필수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