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접근 소행성
지구의 동반자, 달은 약 40억 년 동안 지구와 함께했다. 한편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불과 두 달 동안 지구의 위성궤도에 머문 '미니 달'이 발견됐다. 이 천체를 발견한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연구팀은 "진짜 위성이 매장 안에서 물건을 사는 고객과 같다면, 지구를 잠시 찾아왔던 미니 달은 창밖에서 잠시 매장을 보고 간 쇼핑객과 같다"고 비유했다.
지구 주변에 출현한 소행성을 가상으로 표현한 이미지. /위키미디어
지구 주변에 출현한 소행성을 가상으로 표현한 이미지. /위키미디어
미니 달의 정식 이름은 소행성 2024 PT5로, 길이는 10m밖에 되지 않는다. 보통 지구에 접근한 소행성은 두 가지 행보를 보인다. 지구를 비껴가 다시 우주 멀리 떠나는 소행성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지구 하늘에 밝은 줄무늬를 남기며 타버리거나 드물게 지상에 충돌한다. 그러나 2024 PT5는 지구를 비껴가지도, 지구에 충돌하지도 않고 지구의 중력에 잡혔다. 천문학자들이 2024 PT5처럼 지구의 중력에 잡힌 미니 달을 발견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로 매우 드문 케이스다. 크기가 작고 이동속도가 빨라 식별하기가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

때로는 미니 달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 인공 물체로 밝혀지는 경우도 많다. 연구를 이끈 라울 데 라 푸엔테 마르코스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 연구원은 “지구와 비슷한 궤도를 가진 물체를 발견하고 처음엔 당연히 우주선의 잔해물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관측 결과 2024 PT5는 자연 물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2024 PT5는 8월 7일에 처음 발견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소행성 충돌 방지 시스템 아틀라스(ATLAS)에 속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천문대에서 확인됐다. 이후 2024 PT5는 지구의 중력의 영향권에 들어오면서 말굽 모양의 경로를 따라 이동하다가 9월 말부터 지구 주변을 돌기 시작했다. 총 57일 동안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보다 약 10배 정도 먼 350만㎞ 거리에서 시속 3500㎞의 속도로 돌다 11월 26일 지구 궤도를 떠났다. 2024 PT5는 앞으로 태양을 공전하며 태양계로 더 멀리 날아가 2055년에 다시 한번 지구 주위를 일시적으로 돌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연구팀은 2024 PT5가 아르주나(Arjuna) 소행성대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르주나 소행성대는 지구와 매우 유사한 궤도를 이루고 있어, 지구에 접근하는 궤도를 그리는 천체(NEO) 그룹 중 하나다.

미니 달과의 조우가 끝나고, 천문학자들의 관심은 미니 달의 기원으로 옮겨갔다. 미국 로웰 천문대 연구팀은 논문 저장소 아카이브(arXiv)에 낸 논문에서 2024 PT5는 달의 파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로웰 디스커버리 망원경과 NASA 적외선망원경으로 관측한 2024 PT5의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2024 PT5에는 휘석이 풍부했다. 2024 PT5와 비슷하게 빨간색 스펙트럼이 관측되는 소행성에는 일반적으로 감람석이 다량 존재한다. 휘석은 달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규산염광물로, 주로 달의 맨틀과 남극 부분에서 발견된다. 이를 근거로 연구팀은 2024 PT5가 과거 달에 소행성이 충돌했을 때 달에서 떨어져 나온 암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2024 PT5 같은 미니 달의 발견은 단순히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행성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페데리카 스포토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연구원은 “지구 주위를 일정한 궤도를 도는 미니 달은 소행성에 포함된 풍부한 암석을 채굴할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우주선으로 자원이 풍부한 미니 달에서 탐사하는 것은 우리의 이상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2024 PT5 발견에 대해 “지구 주변에는 꽤 바쁜 고속도로가 있다는 걸 상기시켜주는 발견이며 이 고속도로를 움직이는 천체들이 어디로 가는지, 정체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두 달 지구궤도에 머문 '미니 달', 정체는 달의 파편?
미국 로웰 천문대 연구팀은 2024 PT5는 달의 파편일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로웰 디스커버리 망원경과 NASA 적외선망원경으로 관측한 2024 PT5의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2024 PT5에는 휘석이 풍부했다. 휘석은 달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규산염광물로, 주로 달의 맨틀과 남극 부분에서 발견된다. 소행성에는 일반적으로 감람석이 다량 존재한다. 이를 근거로 연구팀은 2024 PT5가 과거 달에 소행성이 충돌했을 때 달에서 떨어져 나온 암석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박영경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