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금리 2002년 66%서 계속 인하
금리 내릴수록 대부업 이용자·대출액↓

'가격상한제' 작동하는 대부업 시장
금리 제한 땐 공급부족·초과수요 발생
대부업자 "갚을 수 있는 사람에만 대출"
대출 막혀 불법 사금융 찾는 부작용도
[경제야 놀자] 법정 최고금리 내리면…서민 대출 더 힘들어지는 '역설'
사상 초유의 정치적 혼란 속에 지난해 말 국회에서 ‘민생 법안’ 하나가 통과됐다. 이자율이 법정 최고금리(연 20%)의 3배 이상이면 대출 계약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이다. 종전에는 연 20%가 넘는 금리로 대출했을 때 이 상한선을 초과하는 이자만 무효로 봤다. 이제는 금리가 연 60% 이상일 경우 원금과 이자 전액이 무효가 된다. 법정 최고금리를 더 엄격하게 적용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법 개정 취지다. 그러나 법정 최고금리 규제는 의도한 바와 다른 결과를 낳을 위험도 안고 있다. 대부업자가 돈을 버는 방법간단한 사고 실험을 해보자. 한 대부업자가 있다. 이 사람이 10명에게 100만원씩 빌려준다. 대출금리는 연 30%, 대부업자의 조달금리는 연 10%이고, 돈을 빌린 10명 중 1명은 갚지 않고 떼어먹는다고 가정하자. 이때 대부업자의 이자수익은 270만원(30만원×9명)이다. 여기서 조달 비용 100만원(10만원×10명)과 떼어먹힌 돈 100만원을 뺀 70만원이 대부업자의 순이익이다.

어느 날 정부가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을 보호하겠다며 대출금리를 연 20%로 제한했다. 이제 대부업자의 이자 수익은 180만원(20만원×9명)이다. 조달 비용 100만원, 떼어먹힌 돈 100만원을 빼면 대부업자는 20만원을 손해 본다. 금리가 낮아진 덕분에 고객이 못 갚는 돈이 50만원으로 줄어든다고 해도 대부업자의 순이익은 전보다 감소한다. 대부업자는 꾀를 낸다. 돈을 못 갚을 것 같은 사람은 빼고 7명에게만 대출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이자수익은 140만원(20만원×7명)으로 낮아지지만, 조달 비용도 70만원(10만원×7명)으로 줄어 대부업자는 전과 같은 70만원의 순이익을 얻을 수 있다.

정부가 대출금리를 규제하자 3명이 대출을 못 받게 된 것이다. 수익성이 나빠진 대부업자가 폐업하면 10명 모두 돈을 빌릴 수 없다. 대부업 이용자가 줄어든 이유이와 같은 일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법정 최고금리 제도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폐지됐다가 2002년에 다시 도입됐다. 재도입 당시 연 66%이던 금리 상한선은 여러 차례 인하돼 2021년 7월부터 연 20%를 적용하고 있다. 금리인하와 함께 대부업 이용자는 감소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30일에 발표한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업 이용자는 2021년 말 112만 명에서 2022년 말 98만9000명, 2023년 말 72만8000명, 작년 6월 말 71만4000명으로 줄었다. 대출 잔액도 2023년 말 12조5146억원에서 지난해 6월 말 12조2105억원으로 감소했다.

경기가 개선돼 급전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면 좋겠지만,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 그보다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채산성이 악화한 대부업체가 문을 닫은 탓이 크다. 대부업체는 2023년 말 8597개에서 지난해 6월 말 8437개로 줄었다.

대출 심사도 깐깐해졌다. 서민금융연구원이 NICE평가정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부업체의 평균 대출 승인율은 2021년 12.3%에서 2023년 4.9%로 낮아졌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대부업 대출이 거절된 사람의 10.4%가 불법사금융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금감원이 접수한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상담 건수는 지난해 1~11월 1만399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 증가했다. 가격상한제의 부작용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대부업 시장에 초래한 변화는 가격상한제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다. 가격 상한선이 시장균형가격보다 낮을 경우 초과수요가 발생하고, 거래량이 감소하며, 암시장이 형성된다. 이 같은 교과서적 원리가 대부업 시장에 그대로 나타났다. 법정 최고금리를 내리자 문을 닫는 대부업체가 많아졌고(공급 부족과 초과수요), 대부업 이용자와 대출액은 줄었으며(거래량 감소),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릴 수 없게 된 사람 중 일부는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밀려났다(암시장 형성).

법정 최고금리를 낮추면 대출이자 부담이 줄어 혜택을 보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제도권에선 돈을 못 빌리게 된다. 살인적 고금리 대출과 폭행·협박 등 범죄까지 동반한 불법사금융은 뿌리를 뽑아야 하지만, 법정 최고금리 인하만으로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1. 법정 최고금리 규제가 의도한 바와 다른 결과를 낳을 위험에 대해 알아보자.

2. 법정 최고 금리 떨어트리면 대부업 이용자가 감소한다. 주된 이유가 뭘까?

3. 가격상한제의 부작용 사례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