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오르면 소득도 늘어날까
균형가격보다 임금이 높으면
일할 사람 늘지만 채용은 감소
사회적 약자부터 일자리 잃어

美 1938년 최저임금 도입 후
흑인 실업 급증 사례에서도 입증

임금의 원천은 생산
돈 많이 버는 기업이 월급 많아
정부가 법으로 정해도
일자리·소득 기회 보장되진 않아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0원이다. 지난해보다 1.7% 인상되며 처음으로 1만원을 넘겼다. 노동계는 해마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한다. 물가가 오른 만큼 근로자들의 임금도 높아져야 한다는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쉰다.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자.최저임금제는 실업을 낳기도
[경제야 놀자] 임금도 수요·공급이 결정…무작정 올리면 일자리 줄어
시장경제에선 노동의 가격인 임금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요·공급 원리를 따른다. 정부 개입이 없다면 임금은 <그림1>에서처럼 노동 공급(근로자)과 수요(고용주)가 만나는 ‘균형임금’에서 결정된다. 균형임금은 시장 임금이 된다. 만일 정부가 개입해 최저임금을 균형임금보다 높이면 <그림2>처럼 노동 공급량은 증가하고 수요량이 감소한다. 노동 공급량이 초과한 만큼 실업이 발생한다.

최저임금이 시급 9000원에서 1만원으로 오른 경우 근로자의 생산성이 시간당 1만원을 넘는다면 고용주는 근로자를 계속 고용한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사업장은 생산성이 그렇게 높지 않은 곳이 많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미만으로 임금을 주면 불법이다. 이 때문에 고용주는 근로자를 해고하고 대신 가족을 투입하려는 인센티브에 노출된다.

결국 최저임금이 9000원이었다면 고용됐을 근로자의 소득 기회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사라질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 근로자의 소득을 높이겠다는 ‘선의’가 실업이라는 나쁜 결과를 낳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너무 많이 올리면 임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작은 사업체들이 문을 닫는 것은 그 때문이다.美 흑인 실업률 높인 최저임금제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취약계층에 속한 근로자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역사를 살펴보면, 최저임금제는 오히려 이런 계층의 근로자를 노동시장 밖으로 내모는 역효과를 낳았다.

미국 경제학자 토머스 소웰은 <베이직 이코노믹스>에서 “미국이 최저임금을 도입한 이후 흑인 실업이 오히려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백인과 흑인의 실업률은 1930년대 미국에서 비슷했으나 1938년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뒤 흑인 실업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도 비슷한 결론을 얻었다. 두 교수가 국제 경제학 학술지 이코노믹 모델링에 게재한 ‘최저임금 인상의 거시경제 효과, 한국의 사례’ 논문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16.4% 올린 2018년에 총고용은 3.5%, 총생산은 1.0% 줄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최저임금은 의도한 것과 정반대 결과를 낳는 정부 정책의 명확한 사례이며 그것의 분명한 결과는 빈곤 증가”라고 최저임금제를 비판했다.

근로자들이 받는 임금이 균형임금보다 낮다면 최저임금제가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근로자들에게 적정 소득을 보장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조건에서는 최저임금을 균형임금에 가까운 수준으로 설정해 임금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최저임금 수준과 인상 폭, 경제 여건, 근로자의 숙련도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손흥민 연봉을 10억원으로 깎으면?일부에선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을 높이고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최고임금제’를 주장한다. 최고임금제는 최저임금제와 반대 방향으로 시장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EPL)의 선수 연봉 상한선을 10억원으로 한정한다고 가정해보자. 연봉이 180억원인 손흥민은 EPL을 떠나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다른 리그로 갈 것이다. 현재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무함마드 살라흐 등 다른 정상급 선수들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EPL은 더 이상 세계 최고 리그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삼성 반도체 인력에 최고임금제를 적용한다면 좋은 인재는 다른 회사로 옮겨갈 게 뻔하다.

시장경제의 임금은 기본적으로 노동생산성에 비례한다. 임금의 원천은 생산이다.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이 직원들 월급도 많이 준다. 돈을 못 버는 기업은 그럴 여력이 없다. 정부가 법으로 정한다고 해서 일자리와 소득 기회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기업이 투자를 하고 생산성을 높이도록 장려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1.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2. 근로자 임금이 균형임금보다 높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알아보자.

3. 최고임금제가 소득 격차를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