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개혁이 가른 경제성적표
요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와 관련한 금융상품에 투자한 이들이 상반된 수익률을 얻었다고 합니다. 아르헨티나 주가지수가 지난해 약 173%나 상승했지만, 브라질은 약 10%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중남미 1위 경제 대국인 브라질과 페론주의로 나라 경제가 빈사 상태이던 아르헨티나에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요?흔들리는 브라질
브라질의 성장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사진 오른쪽)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지요. 그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연임에 성공한 이후 2022년 대통령선거에 당선되었습니다. 재임 기간 경제를 잘 성장시켰기에 브라질 국민은 그때를 기억하며 그를 3선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개혁이 가른 경제성적표
하지만 지난해 초 달러당 4.8헤알을 기록하던 환율이 최근 달러당 6.3헤알까지 치솟는 등 좋지 못한 신호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부채 증가가 가장 큰 요인으로 보입니다. 현재 80%대인 브라질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르면 2029년에는 95%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합니다. 룰라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각종 지출이 늘면서 정부 재정적자도 늘어나고 있지요. 이에 브라질 재무부는 최저임금 인상률 제한, 월 5만 헤알 이상 소득에 대한 소득세 인상, 공공부문의 고액 급여 상한제 등이 포함된 재정 긴축안을 발표했지만, 룰라 대통령은 5000헤알 이하의 급여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면제를 언급하며 정책 엇박자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물가가 상승하자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2.25%까지 올렸습니다. 각종 개혁이 필요한 상황에서 룰라 대통령은 오히려 지출을 줄일 생각이 없으니 헤알화 가치 하락은 브라질 경제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하락을 보여주는 것이겠지요.기지개 켜는 아르헨티나반면 아르헨티나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3년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인 하비에르 밀레이(왼쪽) 대통령이 각종 개혁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는 선거 유세 때 전기톱을 들고나와 개혁이 필요하다며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었고,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18개인 정부 부처를 절반인 9개로 줄였습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공무원 수만 명을 해고하고, 각종 정부 사업을 중단하는가 하면 에너지·교통비 같은 보조금을 폐지하며 재정지출을 크게 줄였습니다. 그리고 페소화 가치를 대폭 평가절하해 이에 맞게 환율을 조정했지요.
그 결과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분기 16년 만에 재정 흑자를 기록했고,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한 2023년 12월 25.5%(전월 대비)이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1월에는 2.4%를 기록하며 상승 추세를 억제했습니다. 그는 올해부터 각종 세금 폐지와 규제를 혁파하는 등 성장 정책을 예고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주가지수가 지난해 들어 급격히 상승한 것도 이러한 투자자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입니다. 우리는 문제 해결을 위한 개혁을 외면하거나 실행했을 때, 어떻게 되는지를 두 나라를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