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따르면'은 꼭 취재원을 밝혀야 할 때, 가령 새로운 내용이라 기사에 신뢰성을 더하고자 한다거나 기자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어서 인용하는 것임을 드러낼 때 붙인다. 그 외에는 대부분 군더더기라 문장을 늘어지게 할 뿐이니 조심해 써야 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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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발 가짜 뉴스에 따르면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가 투표를 한 ○○○ 의원이 의총장을 뚫고 나오느라 옷이 찢어졌다고 했다.” “사측에 따르면, 동아쏘시오홀딩스는 올해 중랑천 일대 메타세쿼이아길 조성 나무 심기 행사에 참여해 동대문구의 탄소중립 실천과 녹색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군더더기로 쓰일 때 많아 조심해야문장 첫머리에 나오는 ‘~에 따르면’은 자칫 군더더기로 쓰일 때가 많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글쓰기에서 문장 구성상의 중복 표현은 거의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쓰는 이나 읽는 이나 무심코, 습관적으로 붙이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투적 오류’라고 한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없어도 되는, 아니 없으면 표현이 더 간결해지고 글의 흐름이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당연히 문장에도 힘이 붙는다. 대표적인 게 ‘~에 따르면’이다.

예문에서도 불필요한 덧붙임이란 게 드러난다. 가짜 뉴스를 주체로 삼아 ‘가짜 뉴스에 따르면’이라고 한 표현은 어색하다. 바로 주절을 쓰고, 그것이 야권발 가짜 뉴스라는 점을 풀어주면 된다. ‘사측에 따르면’ 역시 이미 드러난 사실을 전달하는 문맥에서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삭제하고 나면 문장이 더 간결하다.

‘~에 따르면’ 용법을 온전히 알려면 동사 ‘따르다’가 연결어미 ‘-면’으로 활용한 꼴을 살펴야 한다. 조사 ‘-에’와 결합하는 ‘따르다’는 통상 두 가지 의미로 쓰인다. 하나는 ‘어떤 일이 다른 일과 더불어 일어나다’의 뜻이다. “증시가 회복됨에 따라 경제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같은 문장에 쓰인 게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어떤 경우나 사실, 기준 따위에 의거하다’란 뜻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처럼 인용문 형식으로 쓰이는 표현이 그것이다. 무심코 남발되는 ‘~에 따르면’은 이 두 번째 용법에서 나타난다.확인된 사실이면 붙일 필요 없어①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에 따르면 고액 자산가들이 강남 대신 강북을 부동산 투자 지역 1순위로 꼽고 있다. ②연기금 및 PEF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블라인드 PEF’(펀드 설립 후 투자 대상을 고르는 펀드)에 출자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 따르면’은 언론의 기사 문장에서 출처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하는 문구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기사 첫머리에 으레 ‘측문한 바에 依(의)하면’ 같은 한자어투 말이 따라붙었다. 이게 ‘~에 따르면’의 원형이다. ‘측문(仄聞)’은 ‘얼핏 풍문으로 들음’이란 뜻이다. ‘측(仄)’이 ‘희미하다, 어렴풋하다’는 뜻이고 ‘문(聞)’은 ‘들을 문’ 자다. 그러니 ‘측문한 바에 의하면’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러저러한 말이 있더라’ 하고 전하는 표현이다. 이 말은 어려운 한문투라 이후 좀 더 쉽게 ‘들리기론’ 또는 ‘~에 의하면’으로 바뀌었다. 이후 가장 자연스러운 우리말투인 ‘~에 따르면’ 꼴로 굳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을 너무 여기저기에 붙이다 보니 별 의미 없는 데까지 상투적으로 붙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에 따르면’은 취재원을 밝힘으로써 기사에 권위와 신뢰성을 더하기 위해 붙이는 말이다. 즉 내용상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 때 취하는 글쓰기 기법인 셈이다. 문장 ①에서는 시중은행 PB를 앞세우는 것보다 “서울 지역에서 강남 대신 강북을 부동산 투자 지역 1순위로 꼽는 고액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식으로 내용을 바로 써주는 게 문장을 간결하고 힘 있게 쓰는 길이다. 문장 ②에서도 “국민연금은 ~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에 따르면’ 부분을 없애고 바로 주절(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시하는 게 간결하고 힘 있는 표현법이다.

홍성호 이투데이 기사심사위원·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홍성호 이투데이 기사심사위원·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정리하면, ‘~에 따르면’은 꼭 취재원을 밝혀야 할 때, 가령 새로운 내용이라 기사에 신뢰성을 더하고자 한다거나 기자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어서 인용하는 것임을 드러낼 때 붙인다. 그 외에는 대부분 군더더기라 문장을 늘어지게 할 뿐이니 조심해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