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는 차별적 용어이므로 아이를 중심에 두고 '아들'이라고 부르자는 게 요지다. 혼외자니 혼중자니 하는 말은 법률용어다. 민법에서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태어난 아이를 '혼인외의 출생자'(혼외자)와 '혼인 중의 출생자'(혼중자)로 구분한다.
지난달 배우 정우성 씨의 ‘비혼 출산’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에 여러 시비를 불러왔다. ‘차별어 논란’도 그중 하나다. 한 전직 여성가족부 차관이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정우성 씨의 아이를 언급하며 ‘혼외자’라고 부르지 말자고 지적한 게 발단이 됐다. ‘혼외자’는 차별적 용어이므로 아이를 중심에 두고 ‘아들’이라고 부르자는 게 요지다. 혼외자니 혼중자니 하는 말은 법률용어다. 민법에서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태어난 아이를 ‘혼인외의 출생자’(혼외자)와 ‘혼인 중의 출생자’(혼중자)로 구분한다.주체에 따라 ‘저출산-저출생’ 구별돼이 논란의 핵심은 언어의 ‘관점(point of view)’이다. 누구의 관점에서 말하는가? 모든 언어에서 이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가령 국가 존폐의 위기라고 지적하는 우리나라의 ‘저출생’ 또는 ‘저출산’ 문제에도 이 관점이 담겨 있다. ‘출산율’을 차별어로 주장하는 근거는 그 개념이 여성을 주체로 하기 때문이다. 산(産)이 ‘낳을 산’ 자다. 그러니 ‘저출산’은 아이를 낳는 여성에 중점을 둔 말이고, ‘저출생’은 태어나는 아이에게 초점을 맞춘 말이다.‘저출산’이라고 할 때, 출산의 주체가 여성이라 마치 저출산이 여성 탓이라는 불필요한 오해 또는 왜곡된 과잉 해석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여성계에서 있었다. 좀 더 중립적 표현인 ‘출생률’ ‘저출생’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전에 저출산으로 써오던 말이 근래 저출생으로 바뀌어가는 데는 그런 배경이 있다. 다만 저출산과 저출생은 엄연히 주체가 다른 말이고 개념도 구별되기 때문에 이를 섞어 써서는 안 된다. 출생은 태어나는 아기를 주어로 하는 말이고, 출산은 엄마를 주어로 삼는 말이라 문맥에 따라 구별해 써야 한다. 가령 정부에서 통계수치로 내는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가리킨다. 따라서 이는 출생률이 아니라 출산율이라고 하는 것이다.
‘관점’에 대한 문제는 글쓰기에서 자주 부닥친다. 한국전쟁에서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을 북한에서는 자기들끼리 ‘전승절’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것은 북한의 용어이고, 우리는 ‘정전기념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그들의 말을 전해야 할 때는 ‘이른바 전승절’ 식으로 전달 어법을 써서 표현한다. ‘이른바’는 ‘세상에서 말하는 바’란 뜻이다. 즉 ‘남들이 그러던데…’라는 의미를 덧붙이는 것이다.내재적 차별어는 시급히 버려야차별어를 구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내재적 차별어와 외재적 차별어에 대한 인식이다. 내재적 차별어란 단어 내적으로 차별의 의미를 안고 있는 말들을 가리킨다. ‘식모, 학부형, 미망인, 소인, 처녀지/처녀작/처녀수출/처녀림, 결손가정(결손: 어느 부분이 없거나 잘못되어서 불완전함), 여필종부(아내는 반드시 남편을 따라야 한다)’ 같은 게 그런 예다. 이들은 모두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말이지만, 단어 자체가 옛날 의식이 담겨 있어 시급히 버려야 할 대상이다.
예전 산업화 시대에 좀 여유 있는 집에선 ‘식모’(食母: 남의 집에 고용되어 주로 부엌일을 맡아 하는 여자)를 두고 부리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파출부, 가정부를 거쳐 가사도우미, 가사관리사로 용어가 변하더니 요즘은 이마저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제도적 대안으로 나온 게 ‘필리핀 이모’다. 하지만 이 말은 애초 외국인 여성 근로자에 대한 차별 소지를 안고 있었다. 결국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지난 10월 ‘주의’ 조치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불임’ 대신 ‘난임’을 쓰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의학적으로도 완전 불임과 난임은 구별되는 말이다. 대부분은 ‘난임’에 해당한다. 그런 인식이 없던 시절에 다들 습관적으로 그냥 불임이라고 했다. 당사자에겐 자칫 상처가 될 수도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요즘은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점차 불임 대신 난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언론에서도 이를 반영해 바꿔 쓰고 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