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우리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생각보다 훌륭한 사람입니다. 이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도전해보세요.
[대학 생글이 통신] 수능 끝…이제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봅시다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대입이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달려왔을 것입니다. 수능 결과가 어떻든 이제 여러분은 새로운 출발선에 서게 됩니다. 누군가는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다소 실망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수능 백분위와 대학의 지명도를 따지는 것에 익숙합니다. 사회가 그런 가치 기준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세상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넓습니다.

수능 성적이나 대학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대학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많은 요소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더라도 대입 실패가 곧 인생 실패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들어 중졸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포함해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들과 만나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정해진 인생 코스를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은 사람들이죠. 그들을 보며 느낀 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정말 좁다는 것입니다. 수험생으로서 희망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도 물론 좋습니다. 그러나 대학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정끝별 시인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라는 시를 좋아합니다. 수능 문학을 공부하다가 알게 된 시인데, 특히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가지에게 담은 무명에 획을 긋는 도박이자 도반이었을 것이다”는 마지막 구절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담이 있었기에 가지가 성장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큰 깨달음을 줬습니다.

여러분도 어쩌면 수험 생활을 하는 동안 수양버들 가지와 비슷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혼자 씨름하는 듯한 외로움과 나 자신에 대한 불신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시기를 거쳐 한층 성장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여러분에게 남은 것은 수능 점수나 대학 합격증만이 아닙니다. 기나긴 수험 생활 기간에 쌓은 경험이 평생 큰 자산이 돼줄 것입니다. 갖가지 유혹을 꾹 참고 공부한 시간, 계획을 세우고 성실하게 실천한 경험,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보완하려고 노력한 일까지 모든 것이 이제 여러분의 재산입니다. 끙끙대며 고민하던 수학 문제는 끈기와 인내를 남겨줬습니다.

저는 “You are bigger than you think”라는 문장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생각보다 훌륭한 사람입니다. 이제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도전해보세요.

소수빈 성균관대 글로벌리더학부 24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