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59) 외국인 유입 논쟁
영국에서는 지난 7월 29일 잉글랜드 북서부 해변 마을 사우스포트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망명을 신청한 무슬림이라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자 지난달부터 반(反)이민을 외치는 시위로 영국 전체가 극심한 혼란을 겪었지요. 영국 노동당 정부는 출범 한 달 만에 갈등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주요 선진국에서 이민이나 난민의 수용을 꺼리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럴까요?내 일자리와 세금을 내줄 수 없다
[테샛 공부합시다] 이민과 난민 수용, 장점과 부작용 잘 살펴야
경제성장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그 상승률이 이전과 달리 둔화하기 시작하지요. 주요 선진국도 경제가 고도화하면서 이제는 잠재성장률 수준 자체도 낮아졌습니다. 성장률이 1∼3%로 숫자 자체가 높지 않아 일자리 증가도 정체되니 고용시장도 좋을 리가 없겠지요. 그래서 해당 국가의 국민이 볼 때, 불법 난민이나 이민자의 유입이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고, 자신이 낸 세금으로 이들이 복지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하면서 반감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 멕시코와 마주한 국경에 불법 난민과 이민을 막기 위한 장벽(사진)을 세우고 이민자가 미국 국적을 가지기 위한 조건도 까다롭게 했었지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이 통제도 없이 유입되면 미국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죠. 실제로 미국 남부 국경 지역은 불법 난민과 이민자 유입에 따른 범죄가 늘어났습니다. 이들은 주로 저임금 근로자이기에 이들과 영역이 겹치는 곳에 종사하는 미국인이 반가워할 리가 없겠지요. 또한 문화 차이가 존재하기에 난민이나 이민자들은 해당 사회에 융화되기 어려워 사회적 갈등이 발생합니다. 여러모로 각국은 자국으로 외국인이 유입되는 것을 꺼리는 상황이지요.다양한 인종 받아들이던 미국의 아이러니하지만 난민이나 이민자를 받아들일 때의 이점도 다양합니다. 해당 국가에서 일손이 부족한 산업부터 고학력이 필요한 산업에 이르기까지 이들이 경제활동에 참가하면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이들이 해당 국가에 정착하면 정부의 세수 기반도 확대되지요. 또한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선진국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가 장기적으로 감소하기에 난민이나 이민자들이 이 부분을 채울 수 있습니다.

미국도 원래는 원주민이던 인디언의 땅이었죠. 하지만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이후 유럽 백인들이 이주했고, 19세기 ‘골드러시’로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이민자들도 유입되었지요. 또한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미국 기업의 창업자들도 본인이 이민자이거나 부모 세대가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이고,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부모가 이민자 출신입니다. 다양한 인종을 받아들여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강국이 된 미국이 장벽을 쌓고 이들을 막고 있다는 점이 아이러니하지요.

한국도 올해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 비율이 5%를 넘는 다문화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됩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한국도 앞선 사례를 잘 살펴,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 설계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