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時)'를 순우리말인 '때'로 바꾸어보자. 'A가 상승 때', 이러면 어색함이 확연히 드러난다. 'A가 상승 때'가 아니라 'A가 상승할 때'임을 알 수 있다. 'A가'로 주어를 잡으면서 절의 형태를 취했으므로 이를 받는 서술어, 즉 동사나 형용사가 와야 온전한 문장이 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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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이 국가적 화두로 떠올랐다. 저출산·고령화와 맞물려 지방의 도시들이 머지않은 장래에 사라진다는 암울한 얘기다. 고령인구는 빠르게 늘어나지만,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는 지역이 많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제2 도시인 부산마저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영호남과 강원 지역의 농어촌 대부분이 이런 상황으로 보면 됩니다.” 한 미래전략 전문가의 지적은 지방 소멸이 국가의 명운을 걸어야 할 난제 중 난제로 다가왔음을 실감케 한다.서술어 자리엔 동사·형용사가 와야물론 우리의 관심은 여기 쓰인 어법에 있다. 이 말의 한 대목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으로’가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문장에서는 ‘이런 상황인 것으로’라고 해야 자연스럽다. 왜 그럴까. ‘이런 상황으로’라고 할 때는 왜 표현이 어색한 것이고, 이 같은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글쓰기에서 이 오류 유형은 빈번히 나온다. 대부분 비문인 줄도 모르고 넘어간다. 하지만 글의 흐름에 민감한, 문법을 아는 사람들은 이 부분이 매끄럽지 않아 읽기에 불편하다. 오류의 원인을 한마디로 하면, 문장 구성을 ‘주어+서술어(동사·형용사)’로 해야 할 것을 ‘주어+명사’로 잘못 썼기 때문이다. 읽을 때 어색함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명사는 서술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대부분(주어)이 이런 상황(명사)으로”와 “대부분(주어)이 이런 상황인(서술어) 것으로”의 차이점이다.

이 문장은 원래 상당히 복잡한 형태다. 우선 주어 ‘대부분’은 전체 문장의 주어는 아니고 ‘~농어촌 대부분이 이런 상황이다’란 부사절의 주어다. ‘상황이다’가 이 절의 서술어다. 전체 문장 서술어는 ‘보면 된다’이다. 그럼 전체 주어는? 문맥상 ‘우리는’ 정도로 잡을 수 있으며 생략된 형태다. 영어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주어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말에서는 왕왕 주어가 생략된다.

정리하면 원래 문장은 ‘(우리는) 영호남과 강원 지역 농어촌 대부분이 이런 상황인 것으로 보면 된다’로 분석된다. 그래야 주어 ‘대부분’을 받는 서술어 ‘상황인’이 갖춰져 문장이 온전해진다.명사는 서술어 역할 할 수 없어이것을 ‘~농어촌 대부분이 이런 상황으로 보면 된다’라고 하면 왜 불완전한 문장이 될까? 주어 ‘농어촌 대부분’을 받는 서술어가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다’ 꼴이 와야 서술어 기능을 한다. 그런데 명사로 이뤄진 부사어 ‘상황으로’가 와서 서술성이 없다. ‘~보면 된다’의 주체는 생략된 ‘우리는’이라 ‘농어촌 대부분’을 받지 못한다. 이런 구성이 교묘하게 엮여 있어 사람들이 이를 비문으로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열에 아홉은 이렇게 쓴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이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우마저 생긴다. 우리말에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격이다.

다음 문장에서도 같은 유형의 오류가 보인다. “국내 최저임금이 1%포인트(p) 상승 시 기업의 리쇼어링 선택 가능성을 9%, 확장형 투자의 선택 가능성을 20% 정도 낮춘다는 연구가 나왔다.” 문장의 골자만 추리면 “최저임금(A)이 1%포인트 상승 시 ~가능성(B)을 9% 낮춘다(C)는 연구가 나왔다”이다. 우리의 관심은 관형절 부분에 있으므로 이를 더 간단히 줄여보자. ‘A가 상승 시 B를 C한다.’ 이게 관형절 부분의 골격이다. 이제 ‘A가 상승 시’란 표현에 뭔가 부족한 게 있음이 느껴질 것이다.

홍성호 이투데이 기사심사위원·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홍성호 이투데이 기사심사위원·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그래도 여전히 긴가민가하는 이들이 있다면, ‘시(時)’를 순우리말인 ‘때’로 바꾸어보자. ‘A가 상승 때’, 이러면 어색함이 확연히 드러난다. ‘A가 상승 때’가 아니라 ‘A가 상승할 때’임을 알 수 있다. ‘A가’로 주어를 잡으면서 절의 형태를 취했으므로 이를 받는 서술어, 즉 동사나 형용사가 와야 온전한 문장이 된다. 즉 ‘상승 시’는 ‘상승할 시’(이를 ‘오를 때’라고 하면 더 좋다)라고 해야 구색을 갖춘 표현이 된다. 단 한 글자의 차이지만 그로 인해 문장 구성을 갖추지 못하여 비문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