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 모기가 늘어난 이유
지난 8월 8일,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됐다. 이와 함께 감염병을 전파하는 매개모기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연중 높은 기온이 지속되면서 모기의 발생 시기는 더욱 빨라지고, 개체수도 증가하고 있다. 모기가 전파하는 질병의 위험성이 한층 높아지는 상황에서 계절에 상관없이 모기를 볼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입추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기다. 입추가 지났지만, 폭염은 여전하다. 기후변화로 예년보다 뜨거운 날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기후는 폭염에 기습 폭우까지 동반하고 있다. 높은 기온과 습한 환경은 모기의 활동도 덩달아 부추기고 있다.모기의 최적 활동 온도는 25~30℃다. 13℃ 아래에서는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든다. 이는 반대로 15℃만 돼도 모기가 활발히 흡혈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습도가 60% 이상이면 모기의 활동량은 더욱 늘어난다. 최근 기후변화로 연간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비정상적인 강수가 잦아지면서 모기 생태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모기의 출현 속도가 빨라지고, 활동 기간이 길어졌으며 서식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는 여름에만 모기가 극성을 부렸다면, 이제는 봄과 가을, 심지어 겨울에도 모기가 활동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여름철 모기’라는 말이 옛말이 된 셈이다.
광주시 보건환경원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채집기 1대당 평균 모기 개체수는 131.5마리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17)의 7.7배에 해당하며, 지난해 최대 개체수를 기록한 6월(93)보다 높은 수치였다. 또 질병관리청(질병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도심 모기 트랩 지수는 90.7로, 전년 같은 기간 38.5보다 2배 이상 폭증했다. 평년(2018∼2022년) 32.3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였다. 트랩 지수는 하룻밤 동안 트랩 한 대에서 잡힌 모기 개체수다. 이에 따라 1년 내내 모기를 볼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모기 활동 시기가 늘어나며 모기를 매개로 한 질병의 확산 위험도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서식하는 대표적 매개모기는 흰줄숲모기(Aedes albopictus)다. 기온이 높아지면 흰줄숲모기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등의 질병 전파 위험도 커진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변화로 인해 말라리아와 뎅기열 등의 감염률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난해 6월 “기후변화가 모기의 번식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수십 년 동안 아메리카 대륙에서 뎅기열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7일에는 질병청이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질병청은 말라리아 위험지역에서 매개모기 내 원충 보유 조사 결과, 7월 30~31일 채집된 말라리아 매개모기인 얼룩날개모기에서 삼일열원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말라리아는 감염된 매개모기가 환자를 흡혈해 전파하는 질병이다. 매개모기에서 원충이 확인됐다는 것은 매개모기에 물렸을 때 말라리아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올해 매개모기 일평균 개체수는 전년 4.4마리에서 6.5마리로 증가했다.
이런 매기모기로 인한 감염병 전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나오고 있다. 한 예로 세계모기프로그램(WMP)은 올해부터 10년간 뎅기열이 많이 발생하는 브라질에서 볼바키아(Wolbachia)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 50억 마리씩을 방사한다. 감염병을 전염시키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가 이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바이러스를 옮기지 못하며, 박테리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는 불임이 돼 결과적으로 모기 개체수가 줄어든다. 그러나 모기를 먹이로 삼는 생태계에 미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편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말라리아 매개모기에서 원충이 확인됐고, 야외 활동 증가로 말라리아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위험지역 주민과 여행객은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야간 활동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 긴팔옷을 착용하고, 기피제를 사용하며, 취침 시 방충망(모기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억해주세요 모기의 최적 활동 온도는 25~30℃지만, 15℃만 돼도 흡혈 활동을 할 수 있다. 또한 습도가 60% 이상이면 모기의 활동량은 더욱 늘어난다. 최근 기후변화로 연간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비정상적인 강수가 잦아지면서 모기 생태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모기의 출현 속도가 빨라지고, 활동 기간이 길어졌으며, 서식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는 여름에만 모기가 극성을 부렸다면, 이제는 봄과 가을, 심지어 겨울에도 모기가 활동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모기 활동 시기가 늘어나면서 모기를 매개로 한 질병의 확산 위험도 커지고 있다.
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