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통화정책의 전달경로
경제가 불황인 경우 중앙은행은 통화량을 늘려 경제가 불황에서 벗어나도록 힘쓴다. 통화정책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데 이를 ‘통화정책의 전달경로’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통화정책의 전달경로는 길기 때문에 최종적인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 예상하는 것이 쉽지 않다. 통화정책의 효과에 대한 고전학파와 케인즈학파 경제학자들 사이에 큰 논쟁이 이어져 왔고, 초기의 케인즈 경제학자들은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경기침체를 벗어나게 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주장를 하였다. 그러나 근래에 들어서는 재정정책은 구축효과로 인해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데 기대만큼 큰 효과를 내지 못하지만 통화정책은 기존의 전달경로 이외에도 다양한 전달경로들이 알려지면서 경제안정화에 재정정책보다 큰 효과를 낸다는 주장을 많이 한다. 이번 주에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되는 전달경로에 대해 살펴보겠다. 금리경로와 환율경로통화정책의 금리경로는 지금까지 통화정책의 효과에 대해 설명할 때 항상 언급했던 통화정책의 전달경로이다. ‘전통적인 전달경로’라고도 불린다. 금리경로는 중앙은행이 화폐공급을 늘려 기준금리를 낮추면 은행의 대출금리가 인하되면서 시작된다. 그러면 기업이 대출을 늘려 투자를 확대하므로 총수요가 증가하여 생산량이 늘어나게 되는 과정이다. 한편 환율경로는 개방경제에서 금리가 변동되면 환율변화에 영향을 주게 되어 생기는 전달경로이다. 환율경로는 통화정책의 새로운 전달경로로 보기도 하지만, 전통적인 전달경로인 금리경로에서 경제가 개방되면 부수적으로 나타나는 전달경로로 보기도 한다. 화폐공급이 많아져 우리나라의 금리가 낮아지면 예금의 원화표시 수익률이 떨어지므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던 해외 자금들이 유출되어 원화가치가 하락한다. 그러면 우리나라 수출상품의 외화표시 가격이 낮아져 수출이 증가하게 되어 총수요가 늘어나고 생산량이 증가하게 되는 과정이 환율경로이다. 자산가격경로중앙은행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하면 금리가 하락하고 대출이 늘어나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의 구매가 증가하여 자산가격을 상승시킨다. 자산가격 상승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와 토빈의 q(Tobin’s q)에 의해 소비와 투자를 활성화하고 총수요와 생산을 증가시키게 된다. 부의 효과는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격이 오르면 현재 소득이 증가하지 않아도 보유 중인 재산의 가치가 증가한 것만으로도 소비가 증가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재산의 가치가 커진 담보가치가 커져 소비는 더욱 증가하게 된다. 토빈의 q는 기업이 발행한 주식의 시장가치를 기업이 보유 중인 자본재의 가치로 나누어 준 비율이다. 금리가 인하돼 주가가 오르면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게 되어 현재 보유 중인 자본재의 가치보다 높게 되므로 q가 상승한다. q가 상승한다는 것은 신규로 자본재를 구입하는 투자비용 대비 기업의 시장가치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기업은 신규투자를 늘리게 되는 것이다. 신용경로와 기대경로신용경로는 통화량 증가가 금리인하 없이도 은행대출에 영향을 미쳐 소비와 투자에 영향 주는 과정이다. 만약 중앙은행이 화폐공급을 증가시키면 은행예금이 늘어난다. 예금이 많아진 은행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대출을 늘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동안 신용이 낮아서 대출을 받지 못했던 가계나 기업도 대출을 받아 소비나 투자가 늘어나게 되는 것이 신용경로이다.기대경로는 통화량 변동이 가계나 기업의 향후 경기전망이나 기대에 영향을 미쳐 생산을 변동시키는 과정이다. 통화량이 증가하여 시중금리가 하락하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진다거나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되면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 기대경로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통화정책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준다. 여러 전달경로를 가지고 있으므로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통화정책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물가도 크게 변동시킨다. 따라서 물가안정목표를 지키면서 통화량 변동이 다양한 전달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어느 정도 효과를 미치게 되는지를 잘 파악하면서 통화정책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 기억해주세요 중앙은행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하면 금리가 하락하고 대출이 늘어난다. 이는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의 구매를 하여 자산가격을 상승시킨다. 자산가격 상승은 부의 효과(wealth effect)와 토빈의 q(Tobin’s q)에 의해 소비와 투자를 자극하고 총수요를 증가시킨다. 부의 효과는 부동산이나 주식의 가격이 오르면 현재 소득이 증가하지 않아도 보유 중인 재산의 가치가 증가한 것으로 느껴 소비가 증가하는 상황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