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57) 국제 해상무역로
조선 후기 실학자로 유명한 박제가는 조선이 부강해지려면 수레, 배와 같은 운송수단을 잘 활용하고 외국과 통상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박제가의 구상은 조선에서 실현되지 못했지만, 한국이 무역을 통해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국제 해상 무역로가 흔들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이는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매우 민감한 사항이지요.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요? 수에즈, 파나마 운하에 무슨 일이?
(157) 국제 해상무역로
![[테샛 공부합시다] 바닷길 막히면 글로벌 공급망 흔들려](https://img.hankyung.com/photo/202407/AA.37285073.1.jpg)
파나마 운하는 지난해 지구촌을 덮친 엘니뇨로 중남미 지역 가뭄이 심해져 운항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파나마 운하는 가툰호의 물을 운하에 채워 계단식으로 산을 넘어가는 형태이기에 가뭄으로 가툰호의 수위가 낮아져 일일 통항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두 운하가 운행에 어려움을 겪자 기업은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었죠. 실제로 한국 자동차의 유럽행 수출 물량이 줄어들고, 유럽에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도 아시아에서 부품이 오지 않아 공장을 멈추기도 했습니다. 위태로운 대만 해협수에즈 운하는 유럽에서 아시아를 잇는 길목, 파나마 운하는 미국 서부와 동부를 오가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요. 모두 국제적으로 중요하지만, 소규모 개방 경제 국가인 한국에 더 중요한 곳이 있습니다. 세계 컨테이너선의 절반 가까이가 지나는 ‘대만 해협’입니다. 목적지가 미국이 아니면 한국에서 오가는 선박은 모두 대만 해협을 지난다고 하지요. 이곳에도 분쟁의 조짐이 싹트고 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중국은 대만과 갈등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올해 1월 대만 총통으로 반중(反中) 성향의 민진당 후보 라이칭더가 당선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죠.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고 대만 해협을 통제한다면, 심각한 경우 한국은 원유와 같은 원자재 수입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대체 운송수단이나 우회 항로가 있지만, 컨테이너선만큼 대량으로 운송할 수 없어 시간이 걸리고 이에 따른 대가가 크지요.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주변국의 정세 변화를 면밀히 살피며 이를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