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54) 플라자·루브르 합의와 블랙먼데이
최근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는 이유 중 하나로 중국은 경상수지 흑자,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되는 글로벌 불균형이 꼽힙니다. 미국이 무역장벽을 세우는 것도 이를 조정하기 위해서죠.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1980년대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쌍둥이 적자에 빠진 미국1970년대 오일쇼크로 발생한 ‘비용인상 인플레이션’은 이전과 달리 경기침체가 발생해 재정지출을 늘리면 오히려 물가를 자극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레이건 행정부는 감세와 규제 개혁을 통해 경제주체의 활력을 도모하는 레이거노믹스를 펼쳤지요. 하지만 이는 정부 재정수지의 악화를 불러왔습니다. 세금을 감면하면 정부의 조세 수입은 줄어듭니다. 하지만 소련과의 대립으로 군비 지출은 늘어났지요. 그래서 레이건 행정부 시기 재정수지 적자는 크게 상승했습니다. 또 미국 달러화는 ‘기축통화’였기에 세계로 미국 달러화를 공급해야 했습니다. 미국은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적자가 동시에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에 시달렸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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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국은 1985년 9월 뉴욕 플라자 호텔에서 프랑스·독일·일본·영국 재무장관들(사진)과 미국 달러화는 평가절하하고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는 평가절상시키기는 ‘플라자 합의’를 도출해냈죠. 이를 통해 미국은 일본·독일로부터의 수입 축소가 경상수지 적자 완화로 이어지길 바란 것이지요. 하지만 엔화와 마르크화의 가치가 올랐음에도 미국 국민은 이들 제품에 대한 구매를 지속했기에 경상수지 적자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통화가치 상승으로 경기침체를 우려한 일본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각종 자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죠.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고도 불리는 장기 불황의 싹이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미국도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을 걱정했지요.무역 불균형 조정의 부작용‘루브르 합의’는 이를 다시 조정하고자 하는 행동이었죠. 1987년 2월 프랑스 파리에서 미국·프랑스·독일·일본·캐나다·영국이 모여 플라자 합의 이후 급격히 떨어진 미국 달러화의 가치 하락을 방어하고, 미국 외의 상대국에 내수 부양을 요구했습니다. 차라리 미국의 수출을 늘려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는 의도였지요.

하지만 인위적인 글로벌 불균형 조정은 다른 부작용을 불러왔습니다. 미국은 달러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일본 등 무역 흑자국은 금리 인하로 내수경기를 부양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주요국들은 자국 상황에 맞춰 금리를 인상하면서 국제 공조가 깨지게 되었지요. 그러자 투자자들은 글로벌 수요의 큰손인 선진국들의 수요 위축에 따른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했습니다. 이에 대한 공포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투매로 이어졌고, 1987년 10월 19일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전일 대비 22.6% 폭락하는 ‘블랙먼데이’를 불러왔지요.

우리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인위적으로 불균형을 조정하기 위한 개입은 오히려 커다란 부작용으로 이어져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