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53) 무역장벽
중국 최초 통일국가인 진(秦)나라 시황제의 업적 중 하나는 만리장성 축조입니다. 당시 북방의 유목민족인 흉노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만리장성을 만들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습니다. 만리장성을 기준으로 남쪽에 있는 자신의 영토를 중화(中華), 그 외 지역은 오랑캐인 이적(夷狄)으로 구분하기 위해서였지요. 이런 대립적 세계관이 현재 국제경제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수입을 막아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14일 중국의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의 수입품에 대해 180억 달러 규모의 관세인상(사진)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100%로 인상한 것은 중국산에 대한 미국의 수입 금지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지요. 소비자는 이전에 저렴하게 구매한 제품을 인상된 가격에 구매해 소비자 잉여가 감소합니다. 반면 국내 생산자는 이전보다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어 생산자 잉여는 증가하지요. 정부의 관세수입도 늘어납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수요와 수입 물량이 줄어들면, 국내 생산자와 정부의 관세 수입도 감소해 사회 전체의 후생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다른 무역장벽은 없을까요?(153) 무역장벽
관세 이외에 수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무역규제를 ‘비관세장벽’이라고 합니다. ‘수입 쿼터제’는 특정 수입품에 대해 수입 총량과 국가별 할당량을 결정해 이 한도 내에서만 수입을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수입 허가제’는 수입 품목에 대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죠. 무역기술장벽(TBT)은 국가 간 다른 기술 규정과 표준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역 장애를, 위생·검역 조치(SPS)는 사람과 동·식물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위생 및 검역 조치를 의미합니다. 모두가 수입을 억제함으로써 자국 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지요.글로벌 공급망 재편그렇다면 미국은 왜 중국과 무역 전쟁을 불사하는 것일까요?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자유 무역 체제 안에서 크게 성장했지요. 엄청난 인구를 바탕으로 값싼 제품을 수출하고 경제를 고도화하면서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되어 미국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내 생산 공장이 해외로 떠나고, 쇠락한 공장지대인 ‘러스트 벨트(미국 북부와 중서부 지역)’가 생겨났죠. 이후 이 지역 유권자의 표심이 미국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정치권도 행동을 취하게 되었지요.
최근 미국이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 대해 자국에 투자하면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리쇼어링’을 통해 미국으로의 제조업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또 멕시코와 같이 미국과 가까운 국가에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니어쇼어링’, 한국·일본 등과 같이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은 국가에 생산기지를 만드는 ‘프렌드쇼어링’은 중국에 편중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미국의 의도지요. 이를 통해 미국은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제는 첨단산업으로까지 손을 뻗는 중국에 맞서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