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빠르게 바뀌는 사회에서 인생을 완벽하게 계획하고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학창 시절에 동아리, 탐구주제 등 관심 있는 분야를 많이 경험해 보는 것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학창시절은 미래 그리는 다양한 '점' 찍는 시기
작년 한 수업 시간에 스티브 잡스의 ‘점 연결하기(Connecting the Dots)’ 연설을 들었습니다. 잡스는 과거 경험이란 점들을 이어보면 현재의 결과라는 멋진 그림이 그려지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 점들은 미래를 바라보며 이을 수 없다. 과거를 돌아보며 이을 수 있을 뿐이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당신이 찍은 점이 미래에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고 믿는 것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수업을 들을 당시, 그런 주장은 운이 좋은 아저씨의 기만처럼 보였습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 점을 찍으며 살아가고 있는데, 애플 창업이라는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습니다. 저에게 그 연설은 ‘난 어쩌다 보니 애플 CEO가 되었지롱’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점을 찍을 수 있는지, 목표에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점을 그리는지를 알려줘야 하지 않나 생각했죠. 막상 그 부분은 “미래에 점들이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고 믿자”라고 퉁치고 넘어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교수님은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되는 것이 인생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성공을 계획할 수는 없지만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와닿지 않았던 이야기가 최근 여행을 다니며 공감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에서는 많은 일이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았습니다. 여행 중 호스텔 같은 방에서 우연히 같은 대학 친구를 만나 같이 여행을 하게 된 것도, 갑자기 패러글라이딩을 하게 된 것도 모두 계획 밖이었습니다. 가기로 했던 가게가 닫혀 있고, 비가 와서 행사가 취소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여행만 가도 생각과 다르게 일정이 틀어지는 경우가 허다한데, 인생은 어떻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이렇게 빠르게 바뀌는 사회에서 인생을 완벽하게 계획하고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잡스의 연설은 성공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살 수밖에 없는지는 이야기해줍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끌리는 것을 해보는 것밖에 없습니다.

동아리, 탐구 주제 등은 전부 전공 적합성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입니다. 그리고 전공은 미래의 당신이 관심 있어 할 분야죠. 미래 관심 분야를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최선은 지금 재밌어 보이는 주제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학생 시절은 다양하고 많은 점을 찍는 시기라는 것을 알기에, 많은 교수님들은 문제삼지 않을 겁니다.

이지원 서울대 경제학부 2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