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의 힘 (5)
'바람직하다'와 '고려해봄 직하다'에는 공통적으로 '-ㅁ직하다'가 들어 있다. 그런데 앞에서는 붙여 썼고 뒤에서는 띄어 썼다. 이 차이가 문법이고, 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바람직하다'와 '고려해봄 직하다'에는 공통적으로 '-ㅁ직하다'가 들어 있다. 그런데 앞에서는 붙여 썼고 뒤에서는 띄어 썼다. 이 차이가 문법이고, 이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그래서인지 지금 <인터넷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ㅁ직하-’가 사라졌다. ‘사라졌다’는 의미는 원래 <표준국어대사전>이 1999년 종이 사전으로 처음 나올 때는 접미사 ‘-ㅁ직하-’가 표제어로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ㅁ직하-’는 ‘그렇게 할 만한 가치가 있음’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로 풀이했다. <금성판 국어대사전>(1991년)에서도 같게 풀이했다. 이는 ‘바람직하다/믿음직하다/먹음직하다’ 같은 말을 만드는 데 쓰였다. ‘-ㅁ직스럽-’과는 같은 의미라 서로 바꿔써도 된다. 하지만 이 말 역시 지금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라졌다.
예전 사전들의 풀이를 토대로 이 말의 정체와 용법, 의미를 구별해낼 수 있다. 우선 비교적 문법적 정리가 확실한 보조형용사 ‘직하다’ 용법에서 시작하자. 이 말은 ‘-ㅁ/음 직하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내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음을 나타낸다. ‘먹었음 직하다/믿었음 직하다/사실임 직하다’처럼 쓰인다. 여기서 ‘직하다’는 보조형용사로서 앞에 오는 본용언에 연결돼 의미를 보충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본용언이 바뀜에 따라 뒤에 ‘직하다’가 붙어 무수한 ‘본용언+직하다’ 꼴의 말을 만든다.‘-ㅁ직하-’는 ‘그럴 가치가 있음’ 뜻해이에 비해 ‘-ㅁ직하-’는 ‘그렇게 할 만한 가치가 있음’의 뜻을 더하고,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먹음직하다/그럼직하다/바람직하다/믿음직하다/들음직하다/꺼림직하다/께름직하다/보암직하다.’ 이런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접미사 ‘-(으)ㅁ직하-’는 선행 어근에 결합해 화자의 주관적 판단을 나타내는 의미를 더하는 기능을 한다. 어근과 결합한 말은 파생어라 당당히 ‘단어’로 대접받는다. 당연히 모두 사전에 올라 있다. 우리말에서 접미사 ‘-ㅁ직하’가 결합해 만들어진 말로 사전에 올라 있는 것은 앞에 제시한 예가 전부다(표준국어대사전 기준).
‘먹음직하다’와 ‘먹었음 직하다’를 통해 그 차이를 확인해보자. 뒷말은 얼핏보면 ‘먹음직하다’의 과거형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통사적 구성이 다르다. 가령 앞에 ‘사과’를 넣어보자. ‘사과가 먹음직하다’와 ‘사과를 먹었음 직하다’의 문장의 경우 앞에서는 자동사로, 뒤에서는 타동사로 쓰인 것을 알 수 있다. 또 이들 관계는 접미사 ‘-ㅁ직하다’는 같은 접사 ‘-ㅁ직스럽다’로 교체가 가능하지만 ‘-ㅁ 직하다’는 안 된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먹었음직스럽다’가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