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반수나 의대 열풍에 떠밀리듯 따라가기보다 수험생 여러분의 속도로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진정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주변 권유에 떠밀린 '반수'는 경계해야
반수 열풍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게 부는 것 같습니다. 직장인도 의대에 도전한다는데, 대학생이 입시에 다시 도전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저는 반수를 선택하기 전, 반수하고자 하는 이유를 명확히 하고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학교 평판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면, 내가 궁극적으로 ‘대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요. 또 구체적인 반수의 방법, 그 방법이 실패할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또 자신이 직접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이 계획에 대해 부모님과 충분히 상의해보길 권합니다.

반수는 편입과 달라 신입생 시절을 고스란히 다시 겪게 됩니다. 무휴학 반수를 택한 경우 이 시간이 굉장히 무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전적대의 수업과 겹치는 교양과목(대학 글쓰기, 대학 영어 등)을 반복해서 들으니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반수에 성공했을 때 내가 어떤 진로를 세우고, 어떤 수업을 들을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구상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랍니다.

저는 전공 문제로 반수를 택했기 때문에 전적대(서강대)에서 들은 수업과 최대한 겹치지 않는 수업, 고려대 언어학과에서 듣고 싶었던 전공 수업을 교양필수와 함께 신청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지금의 대학 생활이 너무 만족스럽지만, 대학에서 제공하는 교양필수 과목은 사실 재수강하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남들이 신청하지 않는 고난도 전공 수업을 신청해놓고, 그 수업을 위해 더 공부하는 식으로 스스로를 채찍질해보기도 합니다.

주변의 권유로 반수를 선택했다가 결국 후회하고 전적대에 재입학하는 경우도 꽤 많이 봤습니다. “네 성적이면 여기 가고도 남았겠다” “한 번 더 해보지 그래” 하는 이야기를 듣고 무턱대고 반수를 결심했다가 전적대의 전공과 인연에 대한 미련이 커져 다시 돌아가는 경우입니다. 이와 반대로 반수를 통해 진정 원하던 전공을 공부할 수 있게 되고, 전적대의 추억을 발판 삼아 더 능숙하게 대학 생활을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1년의 시행착오를 겪어보니 학우를 비롯한 사람들을 대하는 게 훨씬 편해지기도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반수나 의대 열풍에 떠밀리듯 따라가기보다 수험생 여러분의 속도로 자신만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진정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시에서는 다른 사람이 멋모르고 하는 말들이 가장 큰 독입니다.

김태령 고려대 언어학과 24학번(생글기자 16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