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저성장과 극복방법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고성장을 이룩한 뒤 낮아진 성장률이 계속되는 현상을 말하죠. 저성장이 이어지면 다양한 사회문제가 따르는데요, 저성장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커지는 만큼 관련 문제를 익혀두면 수능뿐 아니라 논술 등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2022년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전 세계는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었죠. 코로나19로 돈을 풀기 시작하고, 그 돈으로 오른 물가를 잡겠다며 다시 금리를 올리면서 표면상으로는 경제가 과열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을 돌이켜보면 여전히 세계는 저성장 국면에서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중국의 지속적 경기둔화, 유로존의 일본화(Japanification), 그리고 한국도 저출산과 경제 성장 둔화로 인한 우려가 크고요. 결국 전 세계가 일본화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일본화란 무엇일까요. 일본화는 일본 경제가 겪은 ‘장기 불황 구조’로의 진입을 말합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버블경제가 붕괴하면서 ‘잃어버린 20년’이라 불리는 장기 불황에 접어들어요.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생산성 악화 등이 겹치면서 디플레이션(물가하락)까지 겪죠. 온 국민이 가난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 겁니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플라자합의’를 꼽기도 해요. 미국 달러의 가치를 일본 엔화 대비 높게 만드는 내용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엔저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하던 일본 기업들은 수출경쟁력을 잃어버립니다. 이 틈에 한국 수출기업들이 덕을 본 것도 사실이죠. 일본 기업들은 1990년대 디지털로의 혁신 과정에서도 뒤처졌어요. 버블경제에 취해 혁신을 이뤄내지 못한 것입니다.
일본화는 이제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기도 해요. 중국은 최근 급격한 일본화를 겪고 있어요. 중국의 일본화 지수는 2021년 9.0 내외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1.7까지 낮아졌어요. 낮을수록 침체 가능성이 높단 뜻입니다. 일본이 장기 불황으로 빠져들었던 1995년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부동산 버블의 붕괴, 인구구조의 고령화, 생산성 저하 등이 겹친 결과죠. 한국도 저출산, 고령화, 노동시장 경직 등 다양한 이유로 장기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요. 석유를 팔아 부자가 된 중동 국가들이 사막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최근 축소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습니다. 저성장 국면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지양하는 것이지요.
저성장에 빠지고 이를 다시 극복하는 건 인류가 경제활동을 시작한 이래 끊임없이 반복돼왔어요. 환율 등의 영향으로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이에 따라 성장률이 높아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죠. 하지만 이는 일시적입니다. 한 국가, 더 나아가 인류가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건 혁신이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1801년 에번스가 개발한 ‘고압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의 씨앗이 됐어요. 방적기가 개발되면서 1780년 면 100파운드당 방적 비용은 2.10파운드에서 1830년 0.13파운드로 급감했죠. 모두가 좋은 옷을 입는 시대가 된 겁니다. 1857년 베서머 공정(선철을 녹여 강철을 대량생산하는 방식)이 개발되면서 철강 산업이 부상해요. 철도가 놓이고, 빌딩이 높아졌죠. 1853년 오티스 엘리베이터 회사가 등장하면서 뉴욕의 고층 빌딩이 생겨나기 시작하죠. 1879년엔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발명해요. 1908년엔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사에서 포드식 생산방식을 도입하면서 생산성을 극대화합니다.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 1976년 애플 등이 설립되고 이후 컴퓨터로 인한 디지털 혁신이 일어납니다. 이 과정들은 모두 기존의 저성장을 극복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창조적 파괴’로 유명한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을 통해 기존의 구조를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하죠. 그는 “창조적 파괴 과정은 자본주의에 대한 핵심적 사실”이라고 역설했어요. 그러면서 더 강력한 기계를 개발하는 것, 투입물의 비용을 낮추거나 효율을 높이는 것 등이 창조적 파괴의 필요조건이라 설명했습니다.
우리 시대는 어떤 혁신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코로나19는 인류에서 상흔이지만 동시에 디지털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인공지능(AI) 개발 붐을 일으켰습니다.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로봇 개발에 속도가 붙었죠. 10년 전엔 보기도 어려웠던 키오스크가 이제 동네 카페마다 깔린 것만 봐도 변화를 체감할 수 있죠. 인류가 당면한 저성장 위기는 또 다른 기술과 혁신으로 극복될 것입니다.
고윤상 기자NIE 포인트1. 일본화란 무엇일까.
2. 저성장의 원인은 무엇이 있을까.
3. 저성장은 어떻게 극복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