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자유전공 혹은 무학과는 전공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입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카이스트는 전원 무학과로 뽑으며, 서울대에서는 자유전공학부(자전)라는 학부를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늘어나는 자유전공학부 진학도 고민해보자
다전공에 대한 지난 글들에 이어, 전과 제도와 자유전공학부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합니다.

전과는 전학처럼 과를 옮기는 것입니다. 다전공의 경우 주전공을 계속 공부해야 하지만, 전과를 하면 주전공이 아예 바뀌어 기존의 전공 공부를 그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우루루 다른 과로 이전한다면 대학 입장에서는 곤란해지겠죠? 그래서 전과를 금지한 과가 있고, 성적이 우수한 일정 비율의 학생에 한해서만 전과를 허용하는 과도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서울대에선 4학기를 마친 학생만 전과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일단 주전공을 공부해보고 정 맞지 않으면 옮기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이미 2년 동안 주전공을 많이 들어놓았는데 전공을 바꾼다면 졸업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날 겁니다. 따라서 전과보다 차라리 재수를 하는 것이 편하겠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다만 전기정보공학과나 컴퓨터공학처럼 겹치는 전공 과목이 많은 학과에서는 전과를 해도 크게 손해볼 일이 없기도 합니다.

최근 서울대는 자유전공학부 선발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자유전공 혹은 무학과는 전공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입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카이스트는 전원 무학과로 뽑으며, 서울대에서는 자유전공학부(자전)라는 학부를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 입시를 기준으로 연세대는 이 같은 제도를 운영하지 않았으며, 고려대는 세부 사항은 약간 다르지만 자전 학생을 선발하고 있었습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는 성적과 관계없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했고, 고려대는 자전이라도 성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전공에 차등을 두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서울대는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게 하고, 심지어 자신만의 전공을 설계(학생설계전공)할 수 있게 합니다. 그 대신 자전 학생들이 반드시 들어야 하는 여러 창의적 수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자전 친구들은 다전공을 하고 있습니다.

학생설계전공은 학생이 스스로 학제적 교과과정을 구성한 전공으로, 학생설계전공위원회에서 승인받아야 합니다. 학생설계전공 사례를 둘러보면 범죄학, 공공조직관리학과 같은 흥미로운 이름이 많습니다. 학생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제도죠. 다만 회사 면접관 같은 제3자는 해당 전공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설계전공을 한 자는 매번 자신이 공부한 것을 설명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지원 서울대 경제학부 2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