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免而無恥 (면이무치)
▶한자풀이
免: 면할 면
而: 어조사 이
無: 없을 무
恥: 부끄러울 치


법을 어기거나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거나 반성하지 않음
-<논어>

<논어> 위정편(爲政篇)은 주로 통치자의 덕목을 적고 있는데, 여기에 공자의 이런 말이 나온다.

“법제로 다스리고 형벌로 질서를 유지하려 한다면 백성들이 형벌을 면하는 것을 수치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덕으로 다스리고 예로 질서를 유지한다면 잘못을 수치로 알고 바르게 될 것이다(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이는 법치(法治)보다 덕치(德治)와 예교(禮敎)를 내세우는 유가(儒家)의 통치 원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말이다. 한비자의 주장처럼 법을 엄하게 시행하면 나라의 질서는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법이나 형벌이 지나치게 엄하면 백성들은 자신의 잘못을 수치로 여기기보다 형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 들 것이다. 중국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가혹한 형벌로 질서를 잡은 것이 대표적 예다. 그러나 법보다 덕으로 인도하고 윗사람 스스로가 모범을 보인다면 백성들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즉시 부끄러움을 느껴 고치려 할 것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정나라 재상 자산은 몸소 모범을 보이며 상하간 간극을 줄이고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정책으로 5년 만에 나라 질서를 잡았고, 공자는 노나라에 봉직할 때 덕으로 다스려 3개월 만에 질서를 되찾았다고 한다. 도불습유(道不拾遺)는 길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주워 가지 않을 정도로 나라를 잘 다스리고 있음을 비유하는 말이다.

면이무치(免而無恥)는 법을 어기거나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거나 반성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이다. 원래는 덕치를 강조하는 말이었는데, 오늘날에는 주로 법을 어기고도 형을 면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일단 벌만 면하면 다행이라 생각하고 뉘우침이나 고침이 없다는 뜻이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도 저지른다. 중요한 것은 실수나 잘못을 뉘우쳐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