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자리가 1년째 공석이다' '우리가 만난 지 벌써 1년째다' 같은 말을 현실적으로 많이 쓰지만, 이는 구체성이 떨어지는 또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일 때가 많다. 따라서 '1년째'보다는 '1년 가까이' 또는 '1년 넘게' 등 실제에 맞게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째’는 두 가지로 쓰인다. 하나는 차례나 등급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두 잔째’ ‘세 바퀴째’ 같은 게 그런 쓰임새다. 다른 하나는 ‘동안’의 뜻을 더한다. 이때도 접미사다. ‘사흘째’니 ‘며칠째’ 같은 게 그런 예다. ‘차례’ 용법은 횟수를 나타내는 것이라 시빗거리가 되지 않는다.
‘동안’은 좀 다르다. ‘동안’은 계속 이어지는 기간을 말한다. 그런데 단위가 커지면 두루뭉술해진다. 가령 닷새째니 일주일째니 하는 단수 개념은 명쾌하다. 6일 또는 8일 된 것을 일주일째라고 하지 않는다. 딱 7일째를 일주일째라고 한다. 하지만 한 달째 정도 되면 ‘엄격함’이 떨어진다. 며칠 모자라거나 조금 넘는 것도 두루 한 달째라고 한다. 이게 1년째쯤 되면 더 심해진다. 365일 꽉 찬 것을 두고 말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1년을 기점으로 며칠 전후 또는 한 달 정도 전후도 ‘1년째’로 통한다. “2, 3년째”라고 하면 실제로는 몇 달씩 차이 나는 것도 2년째, 3년째라고 말한다. ‘1년째’의 함정인 셈이다.‘1년 가까이’ ‘1년 넘게’가 정확한 표현“서울시 등에서 제동을 걸어 1년째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1년째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년째’는 언론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표현이다. 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동안’은 사람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다분히 주관적 쓰임새를 보인다. 저널리즘 언어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쓰는 게 좋다. ‘1년 가까이’ 또는 ‘1년 넘게’ 식으로 표현하면 된다. 말을 정교하고 엄밀하게 다뤄야 하고 그리 쓰도록 연습해야 한다.
정리하면 ‘사장 자리가 1년째 공석이다’ ‘우리가 만난 지 벌써 1년째다’ 같은 말을 현실적으로 많이 쓰지만, 이는 구체성이 떨어지는 또는 정확하지 않은 표현일 때가 많다. 이는 정확하지 않고 모호한, 공급자 위주의 편리한 표현 방식이다. 따라서 ‘1년째’보다는 ‘1년 가까이’ 또는 ‘1년 넘게’ 등 실제에 맞게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좋다. 참고로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원래 ‘-째’의 풀이에 ‘동안’ 용법이 없고, ‘차례’ 용법만 있었다. 하지만 현실 어법에선 ‘차례’ 못지않게 ‘동안’ 의미로 쓰는 경우가 많은 것을 반영해 2018년 뒤늦게 이를 사전에 올렸다.
일상에서 ‘-째’의 용법은 의외로 까다롭다. 가령, 홍길동 씨가 2021년 4월 15일 입사해 2024년 3월 현재 재직 중이라면, 그는 몇 년째 일하고 있는 것일까? 정확히는 2년 11개월째 근무 중이다. 이것을 횟수(차례) 개념으로 따지면 해가 네 번 바뀌었으니 ‘4년째’가 된다. 흔히 “햇수로 4년이다”라고 하는 말은 “4년째”와 같은 말이다. ‘햇수’란 말 그대로 ‘해의 수’다. 단순히 해의 바뀜을 따지기 때문에, 2021년에 입사했다면 2024년 현재를 ‘햇수로 4년’이라고 한다. 그것을 ‘4년째’라고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