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와 글쓰기

의대 쏠림, 킬러 문항 여파
작년 1인당 월 43만원 지출
고교 교육비 증가율, 7년만에 최고
[숫자로 읽는 교육·경제] 등골 휘는 사교육비…27조 또 사상 최대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가 27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고등학생 사교육비는 1년 전보다 8.2% 증가하며 7년 만에 최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킬러 문항 배제와 의대 정원 확대 등 교육제도 개편이 교육비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거론됐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5% 증가했다. 3년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 수는 총 521만 명으로 전년보다 1.3%(7만 명) 감소했다. 사교육비 증가세를 이끈 건 고등학생이었다. 작년 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7조5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2016년(8.7%) 후 최대 증가율이다. 초등학교(12조4000억 원)와 중학교(7조2000억원) 사교육비는 각각 4.3%, 1.0% 늘었다.

전문가들은 의대 열풍과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대학 입시 개편이 고등학생의 사교육비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시 확대로 수능 비중이 커지면서 의대를 가려는 상위권 학생들은 더 전략적으로 학습하기 위해 학원에 몰렸다”며 “정부가 지난해 6월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내놓은 뒤 불안감을 느낀 학생들도 사교육을 더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3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5.8%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만 놓고 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5만3000원으로 높아진다. 자녀가 두 명이면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을 사교육에 쏟아붓는다는 의미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을 기준으로 월평균 지출이 가장 많은 과목은 영어(24만8000원)였다. 이어 수학(23만3000원), 국어(14만8000원) 등 순이었다. 가구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인 가구의 사교육비는 월평균 67만1000원으로, 월평균 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18만3000원)의 3.7배에 달했다.

맞벌이 가구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5만9000원으로 아버지(42만9000원)나 어머니(28만8000원)가 외벌이인 가구보다 많았다. 자녀가 한 명인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8만6000원으로 자녀 두 명인 가구(45만6000원)와 자녀 세 명 이상인 가구(33만4000원)보다 많았다.

박상용/강영연 한국경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