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46) 당근마켓
“당근~ 당근~” 휴대폰에서 익숙한 알림이 울립니다. 평소 사고 싶었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관심만 표기해두었던 상품의 가격 인하 알림이지요. 그래서 상품 판매자에게 구매의사 문자를 보냅니다. 당근마켓으로 잘 알려진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에서 이루어지는 거래 과정이지요. 여기에는 다양한 경제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한번 살펴볼까요.네고 가능할까요?
고금리 시대,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것이 소비자의 당연한 심리입니다. 그래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의 거래도 활발해졌지요.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상품들이 당근에서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올라와 소비 욕구를 자극합니다. 판매자는 사진과 함께 상품에 대한 설명, 대면 혹은 비대면으로 거래할지 등을 적어두죠. 중고품이지만 구매자가 생각한 수준보다 상태와 가격이 괜찮으면 거래하고 싶고, 판매자가 가격을 조금 더 깎아주면 거리가 꽤 멀더라도 거래할 의향이 확실해집니다. 그래서 판매자에게 채팅을 걸어 “네고(일종의 가격 조정) 가능할까요?”라고 물어봅니다.(146) 당근마켓
판매자 입장에서는 상품의 상태나 사용 정도 등 다양한 요인을 따져보고 가격 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구매자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반면, 제안을 거절하면 구매자는 생각을 다시 해보겠지요. 그래도 사고 싶다면 판매자가 제시한 가격 그대로 거래를 진행합니다. 이렇게 당근에서는 시장의 가격 결정 체계가 작동합니다. 수요자(구매자)의 최대 지불용의가격과 공급자(판매자)의 최소 판매가격 사이에서 균형가격이 결정됩니다. 서로 필요에 따라 거래하니 양측의 후생도 증가하지요.빛 좋은 개살구 주의보하지만 중고 거래에서는 나와 상대방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 비대칭을 조심해야 합니다. 나는 상대방이 판매하는 상품의 정보를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사진 속 상품이 각도나 조명 등에 따라 좋아 보일 뿐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상품도 존재합니다. 거래 전 정보를 모두 알지 못하는 한쪽이 낮은 품질의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역선택’이 발생하죠. 그래서 중고 거래를 ‘레몬 마켓’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겉은 맛있어 보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신맛이 강한 레몬을 일컬어 만든 용어지요.
그래서 구매자는 판매자의 프로필에 표기되는 ‘매너 온도’를 확인합니다. 온도가 높을수록 판매자의 신용이 높다는 의미니까요. 다른 구매자들이 올린 거래 후기도 꼼꼼히 살펴보며 그가 어떤 판매자였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는 정보를 가지지 못한 측이 활용 가능한 자료를 통해 상대방의 특성을 파악하려는 ‘선별’로 볼 수 있죠. 판매자도 구매자를 위해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자 노력합니다. 구매자에게 추가로 사진을 찍어 보내주거나 제품을 직접 확인한 후 거래를 결정해도 된다고 알려주는 등 정보를 가진 측이 적극적으로 제품의 특성을 알리는 ‘신호 보내기’이지요. 그럼에도 중고 거래는 정보 비대칭의 불완전성이 존재하기에 이를 잘 가려내어 구매자의 효용과 판매자의 이익을 모두 충족시킬수 있는 합리적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