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장법(DMA)
유럽연합(EU) 27개국 전역에서 빅테크 규제를 강화한 디지털시장법(DMA)이 지난 7일(현지 시간) 전면 시행됐다. DMA는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는 동시에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운 법이다.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을 ‘게이트키퍼(gatekeeper)’로 정해 특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알파벳(구글 모회사)과 바이트댄스(틱톡 운영업체)를 비롯해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여섯 곳이 지정됐다. 당초 EU는 삼성전자도 게이트키퍼에 포함하려다가 최종적으로 제외했다. ‘핵폭탄급’ 과징금, 긴장하는 빅테크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외부 앱, 대체 앱스토어 등을 허용해야 한다. 자신들의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잘 보이게 노출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개인정보를 이용자 동의 없이 자사 다른 플랫폼의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관행 등도 규제 대상이다. EU는 운영체제, 소셜미디어, 검색엔진, 온라인 광고 서비스 등 총 20여 개 서비스에 대해 별도 의무사항을 부여했다. 위반 시 과징금 액수는 천문학적이다. 연간 글로벌 총매출액의 최대 10%가 부과되고, 반복적으로 어기면 이 비율이 20%까지 올라갈 수 있다.DMA가 전면 시행되면서 이들 업체가 유럽에서 제공해온 서비스에도 여러 변화가 생기고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 구글의 검색, 메타의 소셜미디어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다른 앱스토어 설치를 허용했다. 그러면서 최대 30%에 달하던 앱스토어 결제 수수료를 낮췄다. 개발자들이 다른 앱스토어로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구글 검색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예컨대 이용자가 구글에서 항공권을 검색하면 기존에는 자체 예매 서비스인 ‘구글 플라이트’ 결과부터 떴다. 하지만 이젠 여러 예매 사이트 목록이 나열된 독립적인 항공편 검색 사이트가 노출된다. 자사 서비스를 우대해선 안 된다는 규정 때문이다. 또 안드로이드 폰을 처음 설정할 때 더 이상 구글 검색엔진이 들어가지 않고,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메타가 운영하는 왓츠앱은 다른 메신저 이용자와도 채팅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소셜미디어를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다만 이런 변화들은 ‘유럽 안’에서만 적용된다. DMA에 쏠린 눈…세계 각국 유사법 검토 전문가들은 한국, 일본, 영국, 인도 등 여러 국가에서 비슷한 법을 잇달아 도입하거나 검토 중이라는 점에서 EU DMA의 성공 여부가 디지털 규제와 관련한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빌 에칙손 유럽정책분석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미 세계적으로 DMA 모방 법안이 잇따르고 있다”며 “DMA가 사실상 규제의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게이트키퍼 여섯 곳 중 다섯 곳이 미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편파성 논란도 일각에서 꾸준히 나온다. 이용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유럽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