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신용등급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달 24일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Aa3로 유지하되 향후 신용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상황에 따라 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 신호다. 무디스는 “프랑스의 정치적 불안정이 높은 재정적자, 증가하는 부채 부담, 지속적 차입비용 상승 등의 과제를 해결하는 정부 능력을 저해할 위험이 크다”고 평가했다. 앞서 지난 9월 12일에는 피치가, 10월 17일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한 단계 끌어내렸다. 국가·기업 명운 좌우하는 3대 신평사
예산 논의를 진행 중인 프랑스 의회의 모습. AFP연합뉴스
예산 논의를 진행 중인 프랑스 의회의 모습. AFP연합뉴스
신용점수가 낮은 사람은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되듯 국가와 기업도 신용등급이 좋아야 자금이 필요할 때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다. 이런 신용등급은 민간의 신용평가 전문 기업이 매긴다. 세계 신용평가 시장은 세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경제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무디스, S&P, 피치가 그 주인공이다. 3대 신용평가회사는 주요 국가와 기업의 장·단기 신용등급을 매기고 수시로 재평가해 발표한다.

이들 업체는 신용등급 평가에서 각자 100년 넘는 업력을 쌓으며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은 3대 업체의 신용등급을 참조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

무디스는 1900년 미국의 출판업자 존 무디가 설립한 업체다. 1909년 미국 최초로 200여 개 철도 채권에 대한 등급을 발표하며 미국 굴지의 신용평가회사로 떠올랐다. 1929년에 시작된 미국 대공황 당시 수많은 회사가 무너졌지만, 무디스가 우량하다고 평가한 곳은 모두 살아남아 명성을 얻었다.

S&P는 1860년 미국에서 설립돼 3대 신용평가회사 중 역사가 가장 길다. 회사채 신용평가를 하던 스탠더드스태티스틱과 푸어스가 1941년 합병하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개별 국가와 기업의 신용등급뿐 아니라 폭넓은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해외 증시 뉴스에 매일 등장하는 S&P 주가지수를 만든 것도 이 회사다.

피치는 1913년에 설립된 후발 주자로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 1975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최초로 미국에서 국가 공인 신용평가기관 인증을 받았다. 다만 무디스와 S&P에 비해 점유율은 다소 처지는 편이다. 상대적으로 점수를 후하게 준다는 평이 많다. 한국 신용등급은 위에서 몇 번째?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3대 신용평가회사는 국가신용등급을 매길 때 단순한 경제지표 외에 정치 상황, 정부의 규제 환경, 사회·문화적 요인 등을 폭넓게 고려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무디스에서 ‘Aa2’, S&P에서 ‘AA’, 피치에서 ‘AA-’로 매겨져 있다. 무디스와 S&P에선 위에서 세 번째, 피치에선 네 번째로 좋은 등급을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적도 있지만 위기를 신속히 수습하면서 빠르게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