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은 폭넓은 쓰임으로 인해 공급자 시각에서는 편한 말이지만 무책임한 표현이기도 하다. 시점을 정확히 드러내는 것이 가장 좋지만 글의 흐름상 시점이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무심코, 습관적으로 붙이는 '최근'을 조심해야 한다.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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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간 변호사가 징계처분을 받은 사례는 총 31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발간한 <징계사례집 제8집>에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불성실 변론, 사기 등으로 징계받은 사례 316건이 담겼다.” 대한변호사협회가 2월 15일 변호사들의 징계 사례를 담은 자료집을 발간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전공의들의 극한 반발로 언론의 관심이 온통 의료 파업에 쏠려 있던 때였다. 그래서인지 변호사 징계 자료는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를 전한 기사 문장에는 놓쳐선 안 될 표현이 하나 있다.2~3일 전도, 1년 전도 모두 ‘최근’예문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문법적 오류는 없다. 그러나 단어 사용 측면에서 이상한 말이 있다. 잘 살펴보면 ‘최근’이 두 번 쓰였고, 그 쓰임새가 좀 다르다는 게 드러난다. 같은 말이지만 ‘최근 4년간’과 ‘최근 발간한’에서 나타내는 기간은 분명 다르다. ‘최근’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이럴까? 이 말은 우리말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는 단어다. 모호한 듯하지만 누구나 알아듣고, 대충 말하는 것 같은데 서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가리키는 게 무엇인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최근’의 사전 풀이는 ‘지나간 지 얼마 안 된 즈음’이다. 일상에서 흔히, 아무 거리낌 없이 자유자재로 이 말을 쓴다. 하지만 그 ‘얼마 되지 않은 때’가 정확히 얼마인지도 모르면서 누구나 이 말을 듣고 이해한다. 아니 그런 착각에 빠진다. 그러다 보니 무려 4년 전부터의 기간도 최근이고, 수일 전 일도 최근으로 통한다. 앞의 예문을 통해 보면 그렇다.

그런 만큼 이 말을 잘못 쓰는 경우도 많다. ‘최근 4년간’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다. 4년을 얼마 되지 않은 즈음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그냥저냥 받아들인다. 말에 대해 논리적으로 따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말은 특히 저널리즘 글쓰기에서 더 주의해야 한다. 저널리즘언어는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쓰는 게 특성이기 때문이다.구체적으로 써야 ‘힘 있는 문장’ 나와몇 가지 사례를 더 살펴보자. 가) 4일 김신영 소속사 씨제스 스튜디오에 따르면, 김신영은 최근 KBS 측으로부터 <전국노래자랑> 하차를 통보받았다. 나) 홍길동 CEO는 최근 5개월간 7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 최근 10년 새 혼인 건수가 약 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에 쓰인 ‘최근’의 대역폭은 꽤나 넓다는 게 확인된다. 가)에선 통상 2~3일 전부터 열흘 전후를 가리키는 것으로 읽힌다. 나)와 다)는 이 말이 5개월, 10년 기간에도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2~3일 전도 최근이고, 일주일 전, 한 달 전, 심지어 5~6개월 전이나 수년 전도 문맥에 따라 ‘최근’이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주관적이고 모호한 말은 저널리즘언어로 적절치 않다. 구체적이고 명료하게 써야 한다.

‘최근’은 사람에 따라 폭넓게 쓰이기 때문에 신문 언어로는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막연한 말이라 글을 모호하게 만든다. 대개는 정확한 시점을 밝힐 필요가 없는 문맥이거나 다소 늦게 보도해 뒤늦은 감을 표현할 때 정확한 날짜 대신 ‘최근’으로 대체한다. 구체적 시점을 가리는 표현인 것이다. 따라서 뉴스 언어로서는 가)의 용례가 적절하고, 나)는 ‘지난 6개월간’, 다)는 ‘지난 10년 새’ 정도로 쓰는 게 좋다.

홍성호 이투데이 기사심사위원·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홍성호 이투데이 기사심사위원·前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문장을 힘 있게 쓰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최근’은 폭넓은 쓰임으로 인해 공급자 시각에서는 편한 말이지만 무책임한 표현이기도 하다. 시점을 정확히 드러내는 것이 가장 좋지만 글의 흐름상 시점이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 무심코, 습관적으로 붙이는 ‘최근’을 조심해야 한다. 문맥상 굳이 넣지 않아도 될 때는 쓰지 않는 게 방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