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형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통상 ‘SMR(소형모듈원전)’이라고 하는 이 미니 원전은 꿈의 에너지원으로 불린다. 무엇보다 건설이 간단해 전력 소비 지역에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전력산업은 생산도 쉽지 않지만 대규모 송전 시설을 갖추기가 더 어렵다. SMR은 한국이 다시 추진 중인 원전 르네상스를 실현시켜줄 경제성 있는 전력원(源)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SMR의 입지규제다. 입지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미국식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모가 작을 뿐 SMR도 엄연히 원전인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는 그대로 남아 있다. 한국형 님비현상도 예상된다. 질 좋고 비용도 싼 전력 생산은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지탱해주는 큰 요소다. 규제 혁파를 통한 SMR 적극 건설, 어떻게 볼 것인가.[찬성] 수요지 근처에서 신기술로 전력 공급, 美 상용화…'전력=배달 산업' 통념 바꿔삼성전자가 한 해 한국전력에 내는 전기요금만 2조5000억 원 이상(2022년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도 1조2000억 원에 달한다. 바꾸어 말하면 안정적이고 충분한 전력의 뒷받침 없이는 반도체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자동차·조선·화학 등 전통적 중후장대산업을 비롯해 IT 업종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다. 데이터 산업은 ‘전기 먹는 하마’라고 할 정도로 전력 비용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한국이 주력 핵심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ITC 산업에서도 약진하기 위해서는 비용 단가가 적게 드는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해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야 한다.
탄소 발생을 줄이며 기후변화 아젠다에 부응하는 방식의 안정적 전력은 사실상 원자력뿐이다. 하지만 기존의 원전은 한국에서는 해변에만 세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반면 SMR은 규모도 작고 안전도 확보돼 있어 산업단지나 도시 외곽에 지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SMR은 일반적인 대형 원전의 10~30% 정도 크기다. 크기만 작은 게 아니라 방사능 유출 등의 사고 확률도 대형 원전에 비해 1만 분의 1 정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SMR에 대해서는 일반 원전과 다른 규제를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 미국은 2020년 이 분야 선두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에 SMR 설립을 허가하면서 ‘원전 230m 안에 비상대피 구역 마련’ 정도의 조건만 달았다. 우리도 SMR에서 앞선 미국의 이 기준을 원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기준을 법제화하지 않으면 SMR을 세울 때도 기존 대형 원전과 마찬가지로 20~30km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런 규제를 없애자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AI 시대에 SMR은 필수 인프라다. 반도체 생산, 데이터센터 가동에는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 SMR 확대다. 규제를 없애 SMR을 산업단지에 적극 세워야 한다.[반대] 원전은 안전이 우선…검증 더 필요, 친환경에너지 개발·보급 노력해야대부분 국가가 해안가나 외딴 지역 등 인구 밀집 지역과 거리가 있는 곳에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체르노빌 참사 같은 사고는 단 한 번으로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편리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에너지지만, 초기 건설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전 확보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이 늘 단점이다. SMR이 소형 원전으로 규모가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엄연히 원전이다. 기술 발전에 큰 성과가 있다는 발표나 보도가 이어지지만 아직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21개 기업이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일 정도로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미국에서도 실제 상용화는 2030년을 목표로 한다.
SMR은 기술적으로도 기존 원전과 많이 다르다. 가령 냉각재와 감속재로 물이 아닌 소금을 사용한다. 핵분열로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으로 냉각하는데, 이런 세부 각론에서도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이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중국은 2026년에 SMR 핵심 모듈을 생산한다는 계획인데,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이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대도시 외곽이나 산업단지와 맞붙은 지역에서 핵오염 물질이 유출되는 등 위해요소가 발생하면 대책은 무엇인가. 건강·인명과 직접 관련되는 위험 시설을 200m 정도의 이격 거리에 둔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시간을 두고 서서히 안전성을 확인해가면서 입지 규제도 천천히 풀어야 한다. 너무 서둘렀다가 치명적 위험이 드러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폐쇄나 철거는 단순히 비용 문제만이 아니다.
필요한 규제까지 한꺼번에 풀어 SMR에 매진하기보다 전통적 친환경 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이제 성장 궤도에 올랐다. 관련 산업이 국내외에서 발전하고 있고, 탄소중립 에너지 사용을 권유·촉구하는 국제적 노력도 여전하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면서 친환경의 무공해 대체에너지를 더 개발해야 한다.√ 생각하기 - 데이터산업은 전기 먹는 하마…'싸고 질 좋은 전력'이 산업발전 이끌어 원전 건설에 앞선 나라들은 대부분 SMR에 관심이 많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SMR 전쟁’이 이미 벌어졌다. 과도한 규제는 조속히 철폐해야 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관심 가질 것은 ‘탈원전 정책’을 펼쳐온 문재인 정부도 SMR 건설에는 큰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당시 여야 합의로 SMR을 미래형 주요 산업으로 정했고 기술개발 계획도 세웠다. 물론 지금처럼 입지 규제까지 풀지는 않았다. ‘전력=배달 산업’이라고 할 정도로 송전은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님비현상이 강해 송전탑 건설도 어렵다. SMR은 대량 전력 소비 지역에 바로 세운다는 장점이 있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즉시 부응할 수 있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요금은 싸고, 전압·전류는 고른 질 좋은 전력을 잘 공급해야 국내 산업이 발전하고 외국 기업도 한국을 찾는다. 제22대 국회가 구성되면 서둘러 관련 법률 개정에 나서 정책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탄소 발생을 줄이며 기후변화 아젠다에 부응하는 방식의 안정적 전력은 사실상 원자력뿐이다. 하지만 기존의 원전은 한국에서는 해변에만 세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반면 SMR은 규모도 작고 안전도 확보돼 있어 산업단지나 도시 외곽에 지어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SMR은 일반적인 대형 원전의 10~30% 정도 크기다. 크기만 작은 게 아니라 방사능 유출 등의 사고 확률도 대형 원전에 비해 1만 분의 1 정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SMR에 대해서는 일반 원전과 다른 규제를 적용할 것을 권고한다. 미국은 2020년 이 분야 선두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에 SMR 설립을 허가하면서 ‘원전 230m 안에 비상대피 구역 마련’ 정도의 조건만 달았다. 우리도 SMR에서 앞선 미국의 이 기준을 원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기준을 법제화하지 않으면 SMR을 세울 때도 기존 대형 원전과 마찬가지로 20~30km 안에 거주하는 주민들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런 규제를 없애자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전력 소비가 급증하는 AI 시대에 SMR은 필수 인프라다. 반도체 생산, 데이터센터 가동에는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이 SMR 확대다. 규제를 없애 SMR을 산업단지에 적극 세워야 한다.[반대] 원전은 안전이 우선…검증 더 필요, 친환경에너지 개발·보급 노력해야대부분 국가가 해안가나 외딴 지역 등 인구 밀집 지역과 거리가 있는 곳에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체르노빌 참사 같은 사고는 단 한 번으로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편리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에너지지만, 초기 건설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전 확보에 대한 부담이 큰 것이 늘 단점이다. SMR이 소형 원전으로 규모가 작은 것은 사실이지만 엄연히 원전이다. 기술 발전에 큰 성과가 있다는 발표나 보도가 이어지지만 아직 충분히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21개 기업이 시장 선점 경쟁을 벌일 정도로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미국에서도 실제 상용화는 2030년을 목표로 한다.
SMR은 기술적으로도 기존 원전과 많이 다르다. 가령 냉각재와 감속재로 물이 아닌 소금을 사용한다. 핵분열로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으로 냉각하는데, 이런 세부 각론에서도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이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중국은 2026년에 SMR 핵심 모듈을 생산한다는 계획인데,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이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대도시 외곽이나 산업단지와 맞붙은 지역에서 핵오염 물질이 유출되는 등 위해요소가 발생하면 대책은 무엇인가. 건강·인명과 직접 관련되는 위험 시설을 200m 정도의 이격 거리에 둔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시간을 두고 서서히 안전성을 확인해가면서 입지 규제도 천천히 풀어야 한다. 너무 서둘렀다가 치명적 위험이 드러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폐쇄나 철거는 단순히 비용 문제만이 아니다.
필요한 규제까지 한꺼번에 풀어 SMR에 매진하기보다 전통적 친환경 에너지의 개발과 보급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이제 성장 궤도에 올랐다. 관련 산업이 국내외에서 발전하고 있고, 탄소중립 에너지 사용을 권유·촉구하는 국제적 노력도 여전하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면서 친환경의 무공해 대체에너지를 더 개발해야 한다.√ 생각하기 - 데이터산업은 전기 먹는 하마…'싸고 질 좋은 전력'이 산업발전 이끌어 원전 건설에 앞선 나라들은 대부분 SMR에 관심이 많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SMR 전쟁’이 이미 벌어졌다. 과도한 규제는 조속히 철폐해야 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관심 가질 것은 ‘탈원전 정책’을 펼쳐온 문재인 정부도 SMR 건설에는 큰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당시 여야 합의로 SMR을 미래형 주요 산업으로 정했고 기술개발 계획도 세웠다. 물론 지금처럼 입지 규제까지 풀지는 않았다. ‘전력=배달 산업’이라고 할 정도로 송전은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님비현상이 강해 송전탑 건설도 어렵다. SMR은 대량 전력 소비 지역에 바로 세운다는 장점이 있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즉시 부응할 수 있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요금은 싸고, 전압·전류는 고른 질 좋은 전력을 잘 공급해야 국내 산업이 발전하고 외국 기업도 한국을 찾는다. 제22대 국회가 구성되면 서둘러 관련 법률 개정에 나서 정책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