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해야 할까
1400만 주식 투자자들이 정부의 내년도 세제 개편안에 반발하고 있다. 증권거래세, 주식 양도세 등 주식 투자 관련 세금을 올리는 내용이 개편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거래할 때 내는 증권거래세율을 0.15%에서 0.20%로 올리고,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도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주식 양도세는 주식을 팔아 이익이 발생하면 그 이익의 20~25%를 부과한다. 다만 모든 투자자의 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건 아니고, 매년 말 종목당 보유 금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대주주’에 한해서만 세금을 걷는다. 내년부터 이 기준을 10억원 이상으로 낮추기로 한 것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에 따라 대주주 기준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과 증세 효과는 별로 없이 주식시장 변동성만 키울 것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찬성]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조세 정의·형평성 차원 바람직대주주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강화는 조세 정의 실현과 과세 형평성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조세 정의는 세금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부과돼야 한다는 국민적 원칙이다. 이번에 대주주의 기준을 현행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낮추면 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상이 확대된다. 정부는 현재 4000여 명에서 1만3000여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을 강화하고, 근로소득에만 세금을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모든 소득에 공평하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취지다. 직장인은 월급에서 소득세를 떼고, 자영업자는 사업 소득세를 낸다. 하지만 주식을 거래해 발생한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면제해줘 과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왔다.

자산 소득 재분배 효과도 커진다. 고액 자산가의 주식 매매 차익에 세금을 부과해 정부가 세수를 확보하면 이를 다시 사회복지나 공공서비스에 투자해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촉진할 수 있다.

대주주 기준 강화에 반대하는 측에서는 연말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내다 팔면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오히려 기준을 낮추면 양도세 부과 대상이 넓어져 기준 회피를 위한 대량 매도가 분산되거나 그 영향이 감소할 수 있다. 진성준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많은 투자자나 전문가가 주식 양도세 과세요건을 되돌리면 우리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씀한다”며 “선례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종목당 10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다시 25억원으로 낮추고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25억원에서 15억원으로, 다시 10억원으로 낮췄지만 당시 주가 변동은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결론적으로 대주주 양도세 부과 기준 강화는 근로 소득자와 자본 소득자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투기적 거래를 억제해 건강한 투자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반대] 연말 대주주 물량 출회, 시장 충격 커…국내 증시 이탈 가속, 이중과세 논란도대주주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 강화는 우선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자본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기준이 낮아지면 9000여 명의 투자자가 주식 양도세를 새롭게 내야 하고, 이러한 과세 부담은 투자자의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또 1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과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나거나, 다른 투자처를 찾을 수도 있다.

연말이면 대주주 요건에 해당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내다 팔고 연초에 다시 사는 일이 반복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높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 투자자에게 전이된다. 이러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현재 국회에 올라온 ‘대주주 양도세 기준 하향 반대 청원’은 14만 명을 넘어섰다.

주식 양도세 강화는 과도한 세금 부담과 이중과세 논란도 야기한다. 이미 주식을 거래할 때 거래세를 내는데, 매매 차익에 대해 양도세를 걷는 건 세금을 두 번 내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주주 기준이 강화되면 세금 부담이 커져 투자의 실질적인 수익률이 낮아진다. 이는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에 투자할 유인을 감소시켜 혁신적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원활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정부가 10억원 이상을 ‘대주주’로 규정하는 것 역시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여당 소속인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조차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4억원을 넘는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도 안 되는 주식 1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대주주가 내는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게 과연 상식적인지 의문”이라고 할 정도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코스피 5000 시대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따라서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을 강화하는 정책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자본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며, 과도한 세 부과라는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 생각하기 - 누더기 증권 세제, 체계적으로 개편해야
[시사이슈 찬반토론]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강화해야 할까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지난 10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에 대해 논의했다. 민주당은 부정적인 국민 여론을 감안해 현행 50억원 이상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지만, 정부 측은 이재명 정부 정책을 집행할 세수 확보 차원에서라도 이번 개편안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식 관련 세금은 그때그때 땜질 처방식으로 세제를 바꾸면서 이미 누더기라는 소리를 듣는다. 정부는 당초 세제 원칙에 따라 거래세는 완화하는 대신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발생한 수입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윤석열 정부는 시행을 2년간 유예했다가 지난해 1월 이를 전격적으로 폐지했다. 이번 기회에 대주주 기준을 낮추는 방식에 그치지 말고, 증시 관련 세제를 총체적으로 정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서정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