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 기후변화로 빠르게 녹는 빙하
빙하가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20년 전 연평균 5~6m씩 녹던 빙하가 현재는 25m씩 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빙하의 용융 가속화 여파에 북극 생태계와 그린란드의 원주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북극해에 서식하는 동물의 개체 수는 줄어들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린란드에 살며 4000년 넘게 고수해 온 이누이트족의 생활방식은 뒤흔들리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년 안에는 한국 해안도 빙하 용융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측된다.
빙하가 빠르게 녹기 시작하면서 그린란드에서 전통 생활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이누이트족이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출처=Pixaby
빙하가 빠르게 녹기 시작하면서 그린란드에서 전통 생활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이누이트족이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다. 출처=Pixaby
북극과 남극 같은 극지방에는 얼음이 녹지 않고 거대한 덩어리로 존재한다. 이 얼음덩어리는 크게 바닷물이 언 해빙과, 민물이 언 빙하로 나뉜다. 기온이 낮은 극지방에서는 녹지 않고 쌓인 눈이 융해와 동결 과정을 반복하며 공기, 수분과 함께 눈층을 만든다. 계속해서 쌓이는 눈의 무게로 눈 결정이 압축되면서 단단한 얼음층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빙하다.

이때 빙하가 깨져 물에 떠다니는 얼음덩어리를 ‘빙산’이라 하고, 영토를 5만㎢ 이상 덮은 빙하를 ‘빙상(대륙빙하)’이라고 한다. 대륙빙하는 남극대륙과 북극에 위치한 그린란드에만 존재하며, 그린란드 대륙의 약 80%는 빙상으로 덮여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단단한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 동시에 북극 생태계는 처절하게 무너지고 있다. 얼음이 줄어들자 좁은 얼음 위에 바다코끼리 여러 마리가 몰리며 압사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얼음 사이의 거리가 멀어 헤엄치다 지쳐 익사한 북극곰도 있다. 심지어 기후변화로 북극해 남쪽에 서식하던 갈색곰이 영역을 확장하면서 북극곰과 먹이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비극은 인간에게도 찾아왔다. 가장 큰 피해자는 그린란드 거주자의 약 90%인 이누이트족이다. 이들은 현대문명의 상당 부분을 받아들였지만, 일부는 여전히 4000년 동안 이어온 전통을 고수한다. 얼음 구멍 위로 올라온 바다표범을 사냥하고, 빙하가 녹은 강에서 마실 물을 길어 오는 식이다. 그런데 빙하가 급격히 녹으며 긴 세월 유지해온 삶의 방식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실제로 그린란드의 상황은 심각하다. 2020년, 영국 연구팀은 지난 23년 동안 지구 얼음의 28조 t(톤)이 녹아내렸다고 분석했다. 이 중 4분의 1이 그린란드의 얼음이다. 지난해 11월,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그린란드의 빙하가 20년 전과 비교해 5배 더 빠르게 녹고 있다고 밝혔다. 20년 전 연평균 5~6m 수준으로 녹고 있던 빙하가 최근 연평균 25m씩 녹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녹는 속도가 어는 속도를 뛰어넘어 그린란드의 대륙빙하가 회복이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2020년 이미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그린란드 대륙빙하에 복원 불가능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피해는 서서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AFP통신은 그린란드 동북부 스코레스비순드(Scoresby Sund)에 있는 수렵 마을 주민들이 식수원이던 북극 얼음이 녹아버려 수년 내 마실 물이 사라지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마지막 이누이트 사냥 공동체 중 하나인데, 사냥터가 사라져가면서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빙하 용융 가속화로 인한 파장은 우리나라까지 다가오고 있다. 1월 3일 이원상 극지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극지방 빙하가 녹아 2050년 한국 인천의 해수면이 4cm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구 평균(3.6cm)보다 10% 이상 높고, 뉴욕·시드니 등 5개 주요 해안 도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태풍, 폭풍해일 같은 자연재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연구팀은 1992년 이후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남극, 그린란드 빙하량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30년간 녹아내린 빙하는 대부분 바다로 흘러가 해수면을 높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수면 상승은 중위도와 저위도 지역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했다. 얼음이 녹으면 근처 해수면을 높이는 게 아니라 조금 멀리 떨어진 곳의 해수면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열대 태평양 지역, 아열대 지역까지 해수면이 높아지는데, 여기에 한국이 포함된다. 김병훈 극지연구소 연수연구원은 “이번 연구 결과는 극지방의 빙하 손실만을 고려해 예측한 최소한의 해수면 상승치로, 향후 1.5℃ 이내의 온도 상승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실제는 더 심각한 해수면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2050년 인천 해수면 4cm↑…폭풍해일 등 위험
북극과 남극 같은 극지방에는 얼음이 녹지 않고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존재한다. 이 얼음덩어리는 크게 바닷물이 언 해빙과 민물이 언 빙하로 나뉜다. 기온이 낮은 극지방에서는 녹지 않고 쌓인 눈이 융해와 동결 과정을 반복하며 공기, 수분과 함께 눈층을 만든다. 계속해서 쌓이는 눈의 무게로 눈 결정이 압축되면서 단단한 얼음층이 형성되는데, 이것이 바로 빙하다. 이때 빙하가 깨져 물에 떠다니는 얼음덩어리를 ‘빙산’이라 하고, 영토를 5만㎢ 이상 덮은 빙하를 ‘빙상(대륙빙하)’이라고 한다. 대륙빙하는 남극대륙과 북극에 위치한 그린란드에만 존재하며, 그린란드 대륙의 약 80%는 빙상으로 덮여 있다.

조혜인 과학칼럼니스트·前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