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모두에게 각자의 속도가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결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원동력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수능일까지 최선 다하는 긍정의 힘 중요하다
저는 이번 대입에서 수시 학교 추천 전형으로 고려대 경영학과에 합격했습니다. 중학생 때 처음 생글기자로 선발돼 기뻐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한데, 제가 벌써 대학에 합격해 합격 수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 실감 나지 않습니다.

저는 평범한 일반고에서 수시를 준비하며 생기부 관리에 힘썼습니다. 2학년 때 앨프리드 마셜의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라는 말에 감동받고 경제학의 매력에 푹 빠져 교내 프로그램 등에 열심히 참여하던 기억이 납니다. 3학년 때는 전 과목 내신 1등급을 받으며 생기부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학기인 3학년 2학기 때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고3 초반까지는 모의고사 성적이 1·2등급을 벗어난 적이 없었지만, 고3 6월 모의고사에서 처음으로 4등급을 받았습니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엄청난 불안감이 밀려왔습니다. 스톱워치로 공부 시간을 재가며 초조한 마음으로 공부했습니다. 다행히 9월 모의고사 때는 성적이 많이 회복되었지만, 수능에 대한 두려움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수능 약 한 달 전 있었던 첫 대학 면접에서 제시문 독해의 방향성을 잘못 잡고 엉뚱한 답변을 했습니다. 자신감이 무너지며 모든 걸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당시 끝없는 암흑의 터널을 지나고 있던 저를 구해준 말이 있습니다.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 천국은 없다.” 지옥에서 천국을 바라보는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고 수능일까지 견뎌냈습니다. 올해 수능은 국·수·영 모두 어려운 불수능이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가채점을 하기가 두려워 망설이다가 새벽에 답을 맞춰봤습니다. 수능장에서 예상한 것보다 점수가 훨씬 잘 나와 너무 행복한 나머지 한숨도 자지 못했습니다. 그날의 설렘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노력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노력했는데 왜 안 되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초조하고 불안해집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속도가 있습니다. 그러니 눈앞에 보이는 결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원동력으로 삼기를 바랍니다. 저는 대학에 합격했을 때 기쁨보다도 어려움을 견디며 성숙해지고 있는 제 자신을 느낀 순간이 더 마음 깊이 남아 있습니다. 기나긴 수험 생활을 긍정적 마음가짐으로 견뎌내다 보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갖게 될 것입니다.

김재현 고려대 경영학과 24학번 예정(문현고 3학년, 생글기자 17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