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41) 삼위일체 불가론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페소화 가치를 50% 이상 평가절하했습니다. 1달러당 800페소로 조정해 공식 환율과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 사이에 극심한 차이를 조정했습니다. 국가가 경제를 운용할 때 환율은 중요한 요소이지요. 환율은 안정될 수 없을까요? 세 마리 토끼 모두 잡을 수 없을까
[테샛 공부합시다] 환율·금리·자본이동 목표 동시달성은 불가능
밀레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중 하나는 자국 통화 대신 미국 달러화를 법정통화로 사용하는 달러라이제이션이었죠. 미국 달러화는 ‘기축통화’로 세계가 가장 신뢰하는 통화지요. 달러화를 아르헨티나 법정통화로 사용하면 페소화를 무차별적으로 발행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고,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가 없으니 경기변동에 따른 통화정책이 불가능해집니다.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포기하는 셈이지요. 그렇다면 독자적인 통화정책과 환율 안정을 동시에 이룰 수는 없을까요?

세계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유로운 자본 이동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각국은 거시경제를 운용할 때 △자유로운 자본 이동 △환율 안정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달성하고 싶어 하지요.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사례를 통해 보듯이 이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이를 ‘삼위일체 불가론’으로 설명할 수 있지요. 결국 하나는 포기해야이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교수가 주장한 이론입니다. 예를 들어 A국이 세 가지를 모두 달성하려고 한다고 해봅시다. 환율 안정은 보통 1달러를 1000원에 고정하는 식의 고정환율제를 운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만약 중앙은행이 국내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렸다고 해보죠. 그러면 해외자본은 더 높은 이자를 주는 다른 나라로 이동해 A국은 환율 변동이 발생합니다. 중앙은행은 고정환율을 지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변동환율제로 바꿔야 하지요. 즉,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한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포기하거나,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운용하기 위해서는 변동환율제로 바꿔야 합니다. 따라서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지요.

그래서 각국은 그림과 같이 환율 안정과 자유로운 자본 이동(A), 자유로운 자본 이동과 독자적인 통화정책(B), 환율 안정과 독자적인 통화정책(C)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A)는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포기해야 합니다. 홍콩과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대표적입니다. 홍콩은 홍콩달러 환율을 미국 달러화 1달러당 일정 범위로 고정하는 페그제입니다. EU 국가들은 유로화를 법정통화로 하고 유럽중앙은행(ECB)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하므로 유로화를 사용하는 국가 사이 환율 변동은 없지요. (B)는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위해 변동환율제를 도입합니다. (C)는 자본통제를 선택한 것으로,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글로벌 경제에서 매우 드문 경우죠. 삼위일체 불가론으로 국가마다 거시경제 운용 및 환율제도를 다르게 운용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