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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추덕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추덕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요즘 우리 국민은 한 달에 한 번씩 나라 걱정을 합니다. 통계청이 매달 인구 동향을 발표할 때마다 그렇습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이 작년 세계 최저 수준인 0.78명까지 떨어진 데 따른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자기 파멸적인 사회’라는 외신 보도도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했죠.

최근 통계청의 9월 인구 동향 발표는 우려를 더욱 키웁니다. 3분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70명까지 떨어졌고, 인구 감소세가 49개월째 이어졌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흑사병 때보다 더 빠른 속도의 한국 인구 감소세”라고 했습니다. 치열한 입시 경쟁 등 한국인의 팍팍한 삶이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라고 해외 토픽처럼 소개합니다.

한국인의 이런 자화상에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출산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닙니다. 다들 자기 인생 살기도 벅차다고 하소연합니다. 이런 현실이 개선되지 않으니 17년째 추진해온 저출산 대책이 먹히지 않는 겁니다.

손에 잡히는 인구 대책은 이민 수용 확대가 유일합니다. 마침 내년 외국인 비율이 전체 인구의 5%를 넘어 한국도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됩니다. 좋은 계기일 수 있습니다. 이민자를 많이 받으려면 이주민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왜 인구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는지, 이주민 유입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어떻게 기울여야 할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청년세대의 박탈감이 저출산 근본 원인
능력발휘 돕고 양성평등에 노력해야죠
지난해 세종특별자치시 청년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세종특별자치시 청년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현황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저출산 문제는 거의 ‘포비아(공포증)’ 수준입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은 이미 2020년에 발생했는데요, 이 추세라면 2067년 인구가 35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통계청이 이미 내놨습니다. 여기에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가세한 상황입니다. “한국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란 해외 석학의 경고가 빈말이 아닙니다.

저출산, 사회의 지속 가능성 해쳐

도대체 저출산의 위험이 얼마나 크길래 그럴까요? 초저출산과 인구 감소는 경제부터 망가뜨립니다. “노동인구에 펑크가 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실제로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 3763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고, 2050년이면 2481만 명으로 35%가량 쪼그라들 전망입니다. 국내총생산과 성장률의 타격은 피해갈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노인이 많아지면 내구재보다 노동집약적 서비스 수요가 늘고, 이는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립니다. 세금 낼 사람이 줄어 정부 세수는 감소하지만, 반대로 복지지출 수요는 급증합니다. 밀레니얼Z 세대는 부모 부양하느라 허리 부러질 지경이 되고, 복지체계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방소멸 위험성도 높아집니다.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하고 조화로운 발전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겁니다. 심지어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인구 감소로 야전군 유지를 못 하면 북한이 남침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화 키워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요? 먼저 우리 정부의 안이한 대처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06년 저출산 대책을 세울 때부터 청년세대의 상대적 박탈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절대적 소득이 결혼과 출산의 결정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여러 경제학자가 밝혀냈지만,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이를 적용하지 못한 것이죠.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의 상대소득 가설에 따르면 개인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절대적 소득이 아닌 ‘기대 수준 대비 상대 소득’입니다. 즉 부모 슬하에서 경험한 풍요로움에 기준을 두기 때문에 취업난 등으로 인해 이와 같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다는 겁니다. 한국은행은 이런 연구를 바탕으로 최근 초저출산·초고령사회 관련 보고서를 냈습니다. 청년층이 느끼는 경쟁에 대한 압박감, 고용·주거·육아 불안 등이 출산을 꺼리게 한다는 분석입니다.

정책을 추진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출산율 끌어올리기를 경제성장률이나 물가상승률 목표를 내걸듯이 하고, 저출산 예산이란 꼬리표를 달아 지원만 늘리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한 것이지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임에도 과거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한 번도 회의를 주재하지 않았습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세운 지 17년이 지났고, 예산 280조 원을 들였지만 결과는 참담합니다.

국민 의식 바꾸는 캠페인 중요

저출산에 현명하게 대처한 모범 사례를 봐야 합니다. 출산율 회복 국가인 스웨덴은 출산율 제고를 직접적 목표로 내걸지 않았습니다. 남녀 공동육아, 여성 고용 확대 등 양성평등사회를 만드는 것을 가족정책의 최고 목표로 삼았죠. 남자도 240일의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데, 이 중 90일은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도록 해 육아 참여를 유도합니다. 아이를 돌보는 아빠인 ‘라테 파파’가 스웨덴인의 일상이 된 것도 이 때문이죠. 일본은 사회 전체가 육아를 지원하고 아이를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구축하는 것을 가족정책 목표로 세웁니다. 또 누구나 사회와 직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사회인 ‘1억 총활약 사회’를 경제정책 표어로 내걸고 가족정책을 핵심축으로 삼습니다. 두 나라 모두 국민 의식을 바꾸려는 노력을 앞세운 것이죠. 우리나라의 법정 육아휴직 기간은 남녀 모두 52주로 보장되지만, 남성의 실제 사용률은 여성의 절반도 안 되는 현실입니다. 제도만 잘 갖췄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NIE 포인트1. 저출산 문제가 악화된 배경에 대해 알아보자.

2. 지금 같은 사회라면 본인은 장래에 결혼과 출산을 하고 싶은지 얘기해보자.

3.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가족정책이 필요한지 토론해보자.외국인 250만…한국도 '다인종 국가' 대열
이주민 포용해야 인구위기 넘을 수 있어요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노동경제학계를 대표하는 남성일 서강대 명예교수는 10년 전 논문에서 “특별한 이민정책이 없을 경우 2010년대 후반부터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고 소비·투자 등 총수요가 감소해 경제성장률이 2020년대엔 1%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로 전망되는데요, 남 교수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여기엔 세계적 금리 인상, 미·중 공급망 갈등의 영향이 컸겠죠. 그러나 0%대 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저성장의 근본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인 건 분명합니다.

이민 확대는 경제 안정의 보증수표

남 교수는 당시 논문에서 “이민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력을 키우고 빈곤층으로 추락할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는 제도가 뒷받침된다면 정주형 이민정책으로 점진적 이민자 도입을 확대하는 것이 안정적인 거시경제 지표 개선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혔습니다.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에 맞서 경제활동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년 연장, 고령자 고용, 여성 경제활동 참가 확대 등도 있습니다. 생산 자동화와 디지털 컨버전스로 노동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도 대안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선진 각국이 경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가장 많이 쓴 대책이 바로 이주민 유입을 늘리는 정책이란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충남 인구로 늘어난 국내 외국인

선진국들은 전체 인구 중 이민자 비율이 14%를 웃돕니다. 이민 확대 정책에다 세계화가 가속된 결과인데요, 2019년 UN 자료를 보면 호주가 30.0%, 캐나다 21.3%, 독일 15.7%, 미국 15.4% 등입니다. 우리나라는 작년 말 3.4%(175만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주민등록 외국인에 장단기 체류 외국인까지 합하면 이 숫자가 지난 9월 말 현재 251만 명, 4.9%로 늘어납니다. 충청남도 인구와 비슷합니다. 이게 내년엔 5%를 넘고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분류되게 됩니다.

국내 외국인 인구는 1990년대 초부터 국제결혼이 늘고,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시작되면서 증가해왔습니다. 이제는 중소기업, 음식점, 시골 농가 등이 외국인 일손 없이 돌아가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외국인 유학생을 흔히 볼 수 있고, 귀화해 국회의원이 된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 우리 정부는 제조업 인력 부족 문제를 풀기 위해 비전문 취업비자(E-9)의 취업 가능 업종을 크게 늘리기로 했습니다. 통계청은 2040년이 되면 외국인 인구가 32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6.4%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회불안 요소 줄일 방안 고민해야

이런 인구의 변화는 경제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주민으로 인한 범죄 증가, 내국인과의 종교·일자리 갈등, 사회적 따돌림, 거주지역 슬럼화 등 적지 않은 사회문제를 일으킬 겁니다. 토종 한국인과의 정서적 통합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민 2세에 이르면 기존 사회에 동화하긴 하지만, 하위계층으로 남아 사회통합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동화되긴 해도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분절적 동화’, 다양한 민족이 하류층을 형성한다는 ‘무지개 하류 계층’ 등 용어는 이런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이제 한국도 다인종 국가로서 미국의 ‘멜팅 포트(melting pot)’, 캐나다 ‘샐러드볼’처럼 다문화 현상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사회통합을 이뤄나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기회균등과 차별 배제, 다문화주의라는 사회정책도 모든 법률과 제도에서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국민도 외국인을 저임금 노동자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이주민 확대 속에서 인구 위기 극복의 이익을 공유하고, 사회적 혼란과 같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어 공용화 등 다중언어 정책, 미국의 어퍼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과 같은 한국식 소수인종 우대정책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지지부진한 이민청 설립 논의도 재개될 필요가 있습니다.NIE 포인트1. 자신의 생활 주변에서 외국인과 교류한 경험을 얘기해보자.

2. 외국인과의 갈등 요소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3. 소수인종 우대정책에 대해 찬반 토론을 벌여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