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39) 이익집단·의회·정부 '철의 삼각'
11세기 중국 송나라는 문치주의를 앞세워 상대적으로 국방력이 약했습니다. 그래서 북방의 거란이 세운 요나라의 강력한 힘에 눌린 송은 ‘전연의 맹약’이라 불리는 화친을 맺고 각종 물품을 바치게 되었죠. 송의 신종은 부국강병을 위해 나라를 개혁하려는 열망을 갖게 됩니다. 이때 신종의 개혁에 앞장선 인물이 있었습니다.왕안석의 개혁과 좌절
[테샛 공부합시다] 혁신 성공하려면 견고한 카르텔 무너뜨려야
그는 바로 왕안석이었습니다. 그는 각종 개혁 정책을 시행합니다. 국가가 공물의 수송을 직접 관할해 중간 과정에서 상인이 백성에게 취하는 폭리를 차단하는 균수법, 춘궁기 농민에게 저리로 식량과 종자를 빌려주는 청묘법, 기병 육성을 위한 보마법, 농한기 농민들에게 군사훈련을 실시한 보갑법 등의 정책으로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강력한 군대를 육성해 북방 이민족의 침략을 막으려 했지요.

하지만 개혁에는 반발이 따르기 마련이죠. 왕안석이 시행한 정책은 대지주와 대상인, 이들과 결탁한 관료에게 타격을 주었기에 반발이 극심했습니다. 이들은 왕안석을 비판했지요. 왕안석을 지지하는 당은 ‘신법당’, 이에 반대하는 당은 ‘구법당’이라 불렸습니다. 황실의 외척도 구법당 편에서 왕안석을 비난했지요. 결국 신종은 왕안석을 지방으로 좌천하고, 복귀한 후에도 지주·상인·관료·외척들의 견고한 힘에 막혀 개혁이 좌절되었습니다. 관직을 내려놓은 왕안석은 자신의 집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 후 약 40년 뒤 송은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에 수도인 개봉을 함락당하고 황제가 끌려가는 비극을 겪습니다.변화를 막는 견고한 연합개혁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얼마나 많은지 왕안석의 신법을 통해 가늠해볼 수 있죠. 이 과정을 살펴보면 대지주와 대상인, 관료, 황실이 ‘철의 삼각’을 형성하면서 변화를 위한 시도조차 막아버렸습니다.

경제학에서 철의 삼각이란 이익집단, 의회, 정부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밀접한 동맹관계를 형성한 상황을 의미합니다. 우리 사회에도 철의 삼각이 새로운 변화를 막은 사례가 많지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타다(사진)’도 대표적 희생양이었습니다. 렌터카를 이용한 운송 서비스였던 타다는 기존 택시와 달리 승차 거부가 없고 넓은 차량 공간, 친절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지요. 하지만 이에 반발한 택시업계와 이들의 눈치를 본 국회, 정부가 ‘타다 금지법’을 입법하고 시행해 성장을 막아버렸습니다.

법률 플랫폼 ‘로톡’ 사태도 직역 단체의 견제와 정부의 눈치 보기로 사업이 힘든 상황까지 갔었죠. 대형 마트 영업시간 규제, 중소기업 적합 업종, 비대면 진료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역 단체의 반발과 선거로 눈치 보는 국회, 통제력이 강화되면 힘이 세지는 정부 관료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규제가 강화됩니다. 이는 소비자, 나아가 사회 후생을 저해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죠. 이렇게 철의 삼각이 견고하면 사회가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될 가능성이 커지죠. 사회가 한 단계 더 발전하고 나아가려면 철의 삼각의 견고한 아성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