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의 출처는 한자 '氏'이다.'씨'는 아랫사람이나 비슷한 또래한테 붙이면 대접해 부르는 말이지만, 윗사람한테는 붙이지 못한다. 친한 사이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씨’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가 너무도 익숙하게 여기는 이 말의 출처는 한자 ‘氏’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씨’이지만 막상 정색하고 들여다보면 그 용법이 간단치 않다. 먼저 잘못 알고 있는 ‘상식 같은’ 얘기 하나. ‘씨’가 존대어라고 하는 주장 혹은 인식이 그것이다. 그렇지 않다. ‘씨’는 아랫사람이나 비슷한 또래한테 붙이면 대접해 부르는 말이지만, 윗사람한테는 붙이지 못한다. 아버지나 선생님을 그리 불렀다간 매우 예의 없는 사람으로 치도곤을 당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씨’의 층위는 상당히 다면적이다. 같은 또래라도 잘 모르는 사이에 붙이면 존중 의미가 담기지만, 친한 사이에서는 잘 쓰지 않는다. 약간은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말투라 친구 간에 억지로 그리 말하면 오히려 서운해한다. 이런 쓰임새는 모국어 화자라면 어려서부터 몸에 익혀 따로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레 나오는 예법이다.20년 전까지 사전서 존대어로 설명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씨’를 존칭어라고 주장하는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우리말의 사용을 처음으로 집대성한 게 한글학회에서 펴낸 <조선말큰사전>이다. 1929년 엄혹한 일제강점기 때 조선어사전편찬회를 구성한 뒤 순차적으로 1957년에 완간했다. 당시에는 ‘씨’를 ‘사람의 성이나 이름 밑에 붙여 존대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로 풀이했다. 요즘 일각에서 오해하는 ‘씨’에 대한 생각 그대로다. 1961년에 나와 1981년 32쇄를 찍으며 국어사전의 대명사 격으로 널리 알려진 이희승의 <국어대사전>(민중서림)에서도 똑같이 풀었다. 이런 풀이는 한글학회에서 1992년에 펴낸 <우리말큰사전>은 물론, 1995년 금성판 <국어대사전>에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모든 사전이 ‘씨’를 존대어로 풀이해온 것이다. 반쪽의 용법만 보여준 셈이었다.
‘씨’의 풀이에 변화가 생긴 것은 1999년 <표준국어대사전>(국립국어원)에서였다. “(성년이 된 사람의 성이나 성명, 이름 아래에 쓰여) 그 사람을 높이거나 대접하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 공식적·사무적인 자리나 다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글에서가 아닌 한 윗사람에게는 쓰기 어려운 말로, 대체로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라고 설명했다. 단서 조항이 붙으면서 비로소 ‘씨’의 온전한 쓰임새가 제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