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디지털 경제와 생산성
평균생산성 증가는 모든 사람의 이득으로 연결되지 않아
기술발전이 생산성 향상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이는 시대를 막론하고 동일한 현상이다. 전기가 동력원으로 상용화되었던 2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전기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데는 약 반세기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전기라는 기술개발에도 불구하고, 전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균생산성 증가는 모든 사람의 이득으로 연결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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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산성 밴드왜건은 1970년대 중간부터 현실에 부합하지 않았다.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노동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 1인당 산출량이 증가하면 기업이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할 유인이 생긴다는 개념이 생산성 밴드왜건의 핵심이다. 하지만 근로자 1인당 생산성 증가가 반드시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해야 할 인센티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를 더 채용할지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은 ‘한계생산성’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고용된 근로자가 얼마만큼 새롭게 생산하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 한 명의 평균생산성 개념인 평균생산성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평균생산성이 늘어도 한계생산성은 변하지 않거나 심지어 감소할 수도 있다.
대런 아세모글루와 사이먼 존슨은 재미난 비유로 평균생산성과 한계생산성을 설명한다. 미래의 공장에는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만 고용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사람이 하는 일은 개밥을 주는 것이고, 개가 하는 일은 사람이 기계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공장의 생산량이 굉장히 많다면 근로자 1인당 생산성, 즉 평균생산성도 매우 높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의 한계생산성은 거의 없다. 인간 근로자의 유일한 일은 개밥을 주는 것이어서 생산량 증가에 미치는 영향이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개와 사람 둘 다 해고해도 산출량에 영향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더 좋은 기계가 도입되면 근로자 1인당 평균생산성은 더 높아지지만, 사람과 개를 더 고용하거나 혹은 이들의 임금을 올려줄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기술발전으로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평균생산성과 한계생산성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기업의 생산량이 아무리 증가하고 이로 인한 근로자 1인당 산출량이 높아져도 산업용 로봇을 도입한 결과라면, 그리고 노동자를 대규모로 고용하는 비용보다 적게 든다면 평균생산성은 증가하지만 근로자는 덜 필요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사람을 대체하는 기계의 발달이 평균생산성을 높이지만, 노동의 한계생산성은 오히려 낮출 수 있다.
평균과 한계의 개념으로 비춰볼 때, 기술발전의 해법은 명확하다. 한계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노동을 대체할 목적으로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기보다 인간의 업무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기계가 발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때야 비로소 ‘혁신’이라 정의할 수 있다. 근본적인 방법은 새로운 업무를 창출하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 노동력이 쓰일 수 있는 새로운 용도를 만들어낸다면 생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 확대된다. 한계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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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