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플레이션
![서울의 한 마트에서 고객이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한경DB](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AA.35072645.1.jpg)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고 있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먹거리 물가상승 폭은 여전히 높다. 올 1~10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각각 7.6%, 6.4% 상승했다. 이렇게 되자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그리드플레이션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의심의 단초는 대형 식품업체들의 실적 호조다. 올 상반기 농심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4.5% 늘었다. 빙그레(160.3%), 해태제과(75.5%), 풀무원(33.2%), 동원F&B(29.7%), 오뚜기(21.7%) 등도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성명에서 “원재료가 하락한 상황에서도 국민의 고통을 멀리하고 기업들 자신의 이익만을 채우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식품업계는 “그리드플레이션이라는 용어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한다. 식품업의 수익성 자체가 낮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상반기 주요 식품업체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은 농심 6.9%, 오뚜기 7.6%, 빙그레 8.7% 등 한 자릿수에 그쳤다. 통상 이 수치가 10%를 넘는 다른 제조업에 비해 ‘남는 게 많지 않은 장사’라는 항변이다. 업계 관계자는 “밀, 팜유 등이 하락한 것은 맞지만 전분, 설탕 등처럼 비싸진 원재료도 있다”며 “제조 기반의 회사가 한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거뒀는데 ‘탐욕’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과하다”고 했다. “이윤 추구, 인플레이션 본질 아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311/AA.23677042.1.jpg)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일한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은 “기업의 탐욕은 인플레이션에 중요한 요인이 아니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다간 오히려 실제 원인과 해법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우리나라 물가의 큰 폭 상승은 주로 수입 물가 상승에 기인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