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디지털 경제와 고금리
고금리 지속되면 오히려 견실 성장 계기 될 수도. 벤처투자 전략 변화 불가피해.
향후 10년간 고금리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 금리가 거의 제로 수준에 머물렀고,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하락세가 오랜 기간에 걸친 추세적 산물인지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자율이 오르고 있다. 2021년 유로존은 마이너스금리를 선보였지만, 이제 독일에서 10년 만기 대출금리는 거의 3%에 가깝다. 낮은 금리의 대표 국가인 일본조차 채권 수익률이 상승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외형보다 내실 성장 추구해야 생존이자율이 낮던 시절 장기로 많은 돈을 빌린 사람들은 고금리 시절이 반가울 리 없다. 하지만 실물경제 측면에서 볼 때 반드시 부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낙관론이 현 상황과 결합될 경우 높은 이자율은 과열을 방지하는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성장과 금리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생산성과 소득이 높아지면 저축의 필요성이 낮아지고, 매출 증가를 예상하는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다. 이 시기가 찾아오면 경제 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더 올려야 할 것이다. 이자율이 안정적 성장의 밑천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현실적 전망은 아니다. 미국이 3분기에 강한 성장세를 보인 것은 각 분야에서 인공지능 활용으로 생산성 상승이 이뤄졌기 때문이다.고금리 지속되면 오히려 견실 성장 계기 될 수도. 벤처투자 전략 변화 불가피해.
생산성 증가를 가정한다면 고금리 시대에도 낙관적 미래 전망이 가능하다. 이자율 상승으로 자금 차입 비용이 늘면서 보다 신중한 차입 및 활용이 이뤄지고, 생산성 향상으로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 기업들의 수익 향상이 가능해지면 금융기관들 역시 채무불이행률이 줄고, 정부는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 일부 경제학자는 2010년대에 시작된 저금리 시대가 경제의 역동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한다. MIT의 크리스틴 포브스 교수는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기업들의 생존이 쉬웠기 때문에 창의적 기업들이 주목받기가 쉽지 않았다”라고 설명한다. 고금리가 더 빠른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세상에서는 역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스타트업 투자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높은 이자율은 시장점유율 확보를 우선시하고 이익은 나중에 걱정하는 스타트업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로 벤처자본이 인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도는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뒤섞인 시장이다. IMF는 인도가 올해 세계 20대 경제대국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주식시장 역시 빠르게 확장 중이다. 물론 생활을 살펴보면 낙관적일 수만은 없다. 인도 가구 중 8%만이 자동차를 소유한다. 8억5000만 명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존재하지만, 대부분 무료 앱을 사용한다.
실리콘밸리의 성장 공식을 따라 하던 많은 인도의 스타트업은 실패했다, 첨단기술 기업인 바이주의 가치는 1년 만에 220억 달러에서 51억 달러로 급락했다. 2022년 이후 인도 스타트업에서 3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증발했다는 추정도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성장하는 기술회사들이 있다. 신화 속에 나오는 미래의 부를 약속하기보다 실용적이고 지루하지만 수익성을 추구한다. 실리콘밸리의 주인공들이 ‘유니콘’이라면 이들은 ‘낙타’로 부른다. 13년 차를 맞이한 온라인 주식 중개회사 제로다는 2022년 매출 8억3000만 달러에 순이익 3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회사인 조호 역시 8억4000만 달러 매출에 4억5000달러 순익을 달성했다.
디지털 경제는 이제 단기적 급성장보다 장기적 지속 성장을 추구할 것이다. 기술개발도, 기업 운영도 보다 진지해질 것이다. 투자 비용을 최대한 아껴 쓰기 위해 고임금 인력이 아닌 근로자를 채용하고 엄격하게 훈련시키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는 폭넓은 인재와 충실한 직원 양성으로 이어진다. 벤처투자의 시각도 변해야 한다. 그동안 벤처자본은 스테로이드에 비유되어왔다. 단기 성장에 유리하지만 장기 성장에는 해로울 수 있다는 의미다. 분명 이자율의 상승은 차입비용의 증가로 단기적 고통을 유발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다를 수 있다. 한계비용의 영향이 적은 디지털 경제라면 중장기적 경제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금리가 디지털 경제에 미칠 다양한 영향을 단기와 장기, 그리고 실물경제와 거시경제 차원에서 점검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