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디지털 경제와 도시 발전

높은 인구밀도와 벤처자본, 첨단산업 집중이 도시 인구의 계층 이동성 높여준다.
첨단기술 스타트업과 인재들은 도시로 모여든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다. 일부의 슈퍼갑부가 도시 풍경 전체를 바꿀 수는 없다. 그보다 대거 교외 지역의 집을 팔고 슈퍼스타 도시의 콘도·아파트·타운하우스를 구입한 스타트업 창업가, 벤처 자본가, 고임금 기술 전문가들의 이동이 도시를 변화시킨다.
[디지털 이코노미] 팰로앨토 신화…좋은 투자환경이 혁신 이끌어
첨단기술 스타트업과 인재들의 도시 이주는 사회적으로 거대한 변화 중 하나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심지어 2000년 초까지 인텔·애플·구글 같은 최첨단 기술 기업은 모두 실리콘밸리의 기업 단지에 위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워싱턴주 레드먼드 근교에 본부를 두었고, 다른 첨단기술 기업들은 보스턴 외곽 128번 도로, 오스틴 근교 또는 노스캐롤라이나 리서치 트라이앵글의 업무 단지에 모였다. 1980년대 벤처자본을 지원받는 스타트업 대부분 역시 외곽에 자리했다.

하지만 투자회사와 스타트업들은 점점 도시로 몰려들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약 65억 달러의 벤처자본을 투자받아 새너제이가 2012년에 받은 42억 달러를 넘어 당시 세계 최고의 벤처자본 투자처가 되었다. 뉴욕 대도시권은 2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고, 많은 부분이 로어 맨해튼(Lower Manhatten) 지역에 투자되었다. 2013년 샌프란시스코 대도시권은 무려 85억 달러의 자본을 투자받아 그중 62억 달러가 도시 지역으로 유입되었다.

도시 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도시의 인구밀도가 첨단기술 스타트업 증가와 벤처자본 투자 유치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한다. 스타트업에 투자된 벤처 자본금은 고학력층이나 창조 계층으로의 집중보다는 인구밀도와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인구밀도보다 더 높은 요인은 첨단기술 산업의 집중뿐이다. 벤처자본이 소도시 혹은 교외 지역에 투자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가장 도시적인 특징을 지닌 지역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리콘밸리 중에서도 스탠퍼드대 주변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인 팰로앨토가 대표적 예다. 케임브리지대, 매사추세츠공대, 하버드대가 128번 도로를 따라 늘어선 교외 지역보다 더 많은 금액을 유치한 사례도 마찬가지다.

첨단기술 회사와 기술 전문가들의 도시 이주는 표면적으로는 저렴한 주택공급의 감소와 도시 불평등 문제를 야기했다. 2014년 오클랜드에서는 실리콘밸리로 이동하는 회사 셔틀버스를 가로막는 주민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미션 지구에서는 광대 복장을 한 시위자들이 인간 피라미드를 쌓고 구글 버스 앞에서 캉캉춤을 추기도 했다. 이들의 분노는 모두 공통적으로 이들의 이주로 인해 무주택자가 늘어나고, 빈곤이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물론 첨단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이 창출하는 부의 혜택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 격차는 발생한다. 이는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점이다. 심지어 벤처 자본가인 폴 그레이엄은 스타트업 도시와 첨단산업 지역을 ‘불평등 제조자’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는 진보의 대가이며, 부의 엄청난 격차를 막는 방법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것을 막는 방법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연구가 밝히듯 경제적 불평등과 첨단기술의 도시 집중 간 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집중이 얼마나 계층 이동을 방해하느냐에 맞춰져야 한다. 실제 혁신 수준이 더 높은 대도시 지역에서 경제적 이동성 수준이 더 높았다. 자녀가 부모보다 더 높은 소득계층에 속할 가능성이 혁신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것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오늘날 거시경제 환경의 악화는 이러한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기술 전문가와 첨단산업의 도시 집중이 경제적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은 불명확한 반면, 투자 환경 악화로 인한 혁신 엔진의 감소는 사회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기술 전문가와 첨단기술이 일부 지역의 현실적 문제를 설명할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이들이 비난받을 경제적 타당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이 바로 도시가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을 붙잡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