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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적 변화가 혁신

    영국이 산업혁명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적 변화 때문이다. 19세기 중반의 영국에는 수만 명의 사람이 기술개발 혹은 사업 성공을 통해 현재보다 나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살았다. 국가마다 이러한 경향은 존재했지만, 영국만큼 강한 나라는 없었다. 이러한 열망의 주인공은 중간 계층이었다. 19세기 이전의 영국은 벨기에와 네덜란드, 이탈리아에 비해서도 뒤떨어진 국가였다. 1300년경 무일푼으로 시작해 성공하는 영국인은 없었고, 존재할 수도 없었다. 1577년 성직자 윌리엄 해리슨은 에서 잉글랜드에서는 사람을 신사와 도시민, 소규모 자영농 그리고 노동자와 가난한 농민, 장인, 하인으로 구분한다고 설명한다. 16·17세기에도 이러한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변화는 1536년 시작되었다. 엘리자베스의 아버지인 헨리 8세는 앤 불린과 결혼하기 위해 자신이 잉글랜드 교회의 수장임을 스스로 선포했다. 그러면서 수도원을 해산시키고, 재산을 몰수해 팔아버렸다. 당시 교회가 소유하고 있던 토지는 전체의 무려 4분의 1이었다. 엄청난 양의 토지가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몇몇 부유층 가문이 소유한 토지가 크게 늘었으며, 어느 정도 규모의 토지를 가진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헨리 8세 이후 엘리자베스 1세의 통치 기간에는 중세 잉글랜드 사회 신분 질서의 토대가 무너지고 있었다. 런던과 항구도시에는 강력한 상업 계급이 형성되었고, 해외 교역에 활발히 참여했다. 1300년경 가장 낮은 계급이던 자영농과 숙련 장인이 경제적·사회적으로 비중 있는 세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사회적 변화는 제임스 1세가 왕권신수설을 선포하면서 급격히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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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팰로앨토 신화…좋은 투자환경이 혁신 이끌어

    첨단기술 스타트업과 인재들은 도시로 모여든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다. 일부의 슈퍼갑부가 도시 풍경 전체를 바꿀 수는 없다. 그보다 대거 교외 지역의 집을 팔고 슈퍼스타 도시의 콘도·아파트·타운하우스를 구입한 스타트업 창업가, 벤처 자본가, 고임금 기술 전문가들의 이동이 도시를 변화시킨다. 첨단기술 스타트업과 인재들의 도시 이주는 사회적으로 거대한 변화 중 하나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심지어 2000년 초까지 인텔·애플·구글 같은 최첨단 기술 기업은 모두 실리콘밸리의 기업 단지에 위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워싱턴주 레드먼드 근교에 본부를 두었고, 다른 첨단기술 기업들은 보스턴 외곽 128번 도로, 오스틴 근교 또는 노스캐롤라이나 리서치 트라이앵글의 업무 단지에 모였다. 1980년대 벤처자본을 지원받는 스타트업 대부분 역시 외곽에 자리했다. 하지만 투자회사와 스타트업들은 점점 도시로 몰려들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약 65억 달러의 벤처자본을 투자받아 새너제이가 2012년에 받은 42억 달러를 넘어 당시 세계 최고의 벤처자본 투자처가 되었다. 뉴욕 대도시권은 2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고, 많은 부분이 로어 맨해튼(Lower Manhatten) 지역에 투자되었다. 2013년 샌프란시스코 대도시권은 무려 85억 달러의 자본을 투자받아 그중 62억 달러가 도시 지역으로 유입되었다. 도시 경제학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도시의 인구밀도가 첨단기술 스타트업 증가와 벤처자본 투자 유치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한다. 스타트업에 투자된 벤처 자본금은 고학력층이나 창조 계층으로의 집중보다는 인구밀도와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인구밀도보다 더 높은 요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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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혁신은 없다

    단언컨대, 혁신은 점진적이다. 성공한 혁신은 200년 전이든, 상류의 기술이든, 작은 장치로 구현되었든, 파괴적인 충격을 야기했든 상관없이 동일하다. 거의 언제나 점진적이지 갑작스럽지 않다. ‘와우’ 소리가 절로 나는 이유는 모든 일이 지난 뒤에 얻은 깨달음이거나 과정에 대한 어떤 지식도 없는 주체가 결과만 본 경우이다. ‘유레카’는 아르키메데스가 욕탕에서 뛰어나오면서 지른 소리로 유명하다. 하지만 후대의 사람들이 극적으로 포장하기 위해 꾸며냈을 가능성이 높다. 컴퓨터 역시 하루아침에 등장하지 않았다. 진공관에서 시작해 작고 점진적인 개선을 거쳐 오늘날의 형태로 거듭났다. 오늘날 혁신의 상징인 자동차도 마차, 증기기관, 자전거와 같은 과거 기술의 산물과 많이 닮았다. 이는 진화 과정의 핵심이기도 하다. 인접할 수 있는 단계로 이동하는 것이다. 혁신이라 생각하는, 갑작스럽게 등장한 듯 보이는 많은 변화가 유사하다. 동력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도 첫 시도에서 하늘을 나는 기계를 기대하지 않았다. 자신들은 점진적이고 반복적인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거듭했고, 몇 시간 동안 떠 있는 법, 맞바람 없이 뜨는 법, 착륙하는 법 등을 알아냈다. 혁신이 점진적인 이유는 발명이 아니기 때문이다. 레이저 발명으로 1964년 노벨상을 받은 찰스 타운스는 혁신과 발명을 다음 장면을 인용하여 구분한다. 후버댐을 올려다보면서 비버가 토끼에게 말한다. “아니, 내가 직접 만든 건 아냐. 하지만 내 착상에서 나온 거야.” 발명자는 좋은 아이디어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이득을 보지 못했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득은 이러한 아이디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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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은 규제, 미국은 완화…최종목적은 자국 이익

    규제가 본격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경제학자들이 정책 설계의 중심에 등장한 1970년대부터다. 주된 수단은 비용편익 분석이었다. 정책의 비용과 효과를 수량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규제를 없애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목을 조르는 과도한 규제의 촉수를 잘라 버리겠다”라는 포부를 밝히면서 법규에 대한 비용 편익 분석을 실시했다. 미국, 규제는 해롭다는 인식 확고규제를 재검토하는 업무는 규제 기관을 규제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레이건은 규제는 해롭다는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레이건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인 머레이 웨이든바움은 규제 때문에 기업이 매년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부담을 짊어진다고 추산했다. 이들은 정부가 내린 명령이 개인 스스로 내린 선택보다 개인의 경제 복지를 더 향상시킬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규제의 역효과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다수 있었다. 펠츠먼의 1975년 논문이 대표적이다. 펠츠먼은 안전띠 법규가 보행자를 죽인다고 주장했다. 운전자는 안전띠 덕분에 더 안전하다고 느껴 더 빠르게 달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레이건은 ‘정보규제국’을 신설하고 부서마다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법규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요구할 권리를 부여했다. 1993년 클린턴 행정부가 집권한 이후에도 이러한 기조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전 정권에서 정립된 비용편익 분석이 없어지길 원했지만, 백악관이 규제 기관에 검토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일임을 깨달았다. 비용편익은 생명을 대상으로도 이어졌다. 미국의 환경보호청은 대기질 규제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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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아마존의 성공비결은 장기성과 추구

    ‘투자자는 사업에 해로운가?’ 세계 최대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은 칼럼 제목이다. 그는 단기성과주의에 대한 우려를 표출했다. 투자자인 그는 자신에게 배당금을 더 주기보다 미래 사업, 연구개발, 직원 교육에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단기성과주의오랜 기간 기업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야 한다는 명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키는 것’이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유명한 말로 대변되기도 한다. 하지만 2019년 미국 CEO 협회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는 주주가치 중심주의를 비판했다. 기업의 목적은 주주가 아니라 고객과 직원, 공급자, 지역사회와 같은 이해관계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먼저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만연한 단기성과주의가 기업에 도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주가치 극대화에도 불리하다. 2014년 래리 핑크는 기업들이 단기 수익을 위해 미래에 필요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현재 수익을 미래에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경영인의 단기적 시각은 특히 상장기업에서 뚜렷하다. 하버드대와 뉴욕대 연구자들은 주식시장의 단기성과주의 압력 때문에 상장기업이 비상장기업보다 적게 투자한다고 주장한다. 동종업계에서 사업을 하는 비슷한 규모의 상장기업과 비상장기업의 회계 정보를 비교한 결과 다른 모든 조건이 같다면 비상장기업은 상장기업보다 두 배 더 많이 투자했음을 밝혀냈다. 아마존과 구글의 성장만약 모든 투자자가 단기성과주의에만 매몰됐다면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기업은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존은